[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는 31일 중의원 선거 공약을 통해 ‘방위력 강화’를 명분으로 재무장을 한층 더 노골화하는 모습이다.
자민당이 이번 공약 중 ‘상대 영역’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 보유를 포함한 억지력 향상 추진을 밝히며 일본 내에서 전수방위 논란 대상인 ‘적 기지 공격 능력’을 사실상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전수방위(專守防衛)는 일본 국방의 기본 원칙으로 상대방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행사 형태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도로 제한한다. 또 보유하는 방위력도 방위를 위한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등 일본의 평화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수동적 방위전략을 말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와 관련 지난 12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최근 우리나라 주변에서 극초음속 활공 무기와 변칙 궤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상황에 근거해 정부로서는 더 효과적인 조치를 포함해 미사일 방어 능력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여야가 중의원 선거를 약 보름 앞두고 외교·안전보장 정책 논의에 나선 가운데, 자민당은 총재인 기시다 총리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안보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 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개정 등에 관해 관계 각료에 지시를 내려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자민당은 이에 앞서 지난 12일 외교·안보를 포함한 경제안보, 코로나19 대책, 헌법 개정 등 8개 영역으로 나눈 공약과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정책뱅크’를 발표했다.
자민당은 헌법 개정과 관련 자위대 근거 규정 명시 등 4개 항목의 기존 개헌안을 제시하면서 조기 개헌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 안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국제사회와 협력해 완전히 포기하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은 이어 ‘방위력 대폭 강화’를 앞세워 방위비를 GDP 대비 2% 이상까지 증액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일본이 방위비를 사실상 GDP의 1% 안팎에서 억제해오던 관행을 깨트리고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셈이다.
일본은 방위 예산을 국민총생산(GNP) 대비 1% 이내로 제한한 원칙을 1976년에 명문화했었다. 이 원칙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시절인 1987년 폐지됐고, 자민당이 방위력 증강을 이유로 방위 예산이 GNP의 1%를 넘은 적도 있었다.
일본은 그러나 1990년 이후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GDP(1997년 이후 방위 예산 편성 기준 변경)가 감소했던 2010년을 제외하고 대체로 전년도 GDP 대비 1% 수준의 방위비 유지를 관행으로 삼았다.
일본의 이 관행을 자민당이 다가오는 총선 공약을 통해 벗어나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자민당은 아울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인 2013년 안보정책 기본지침으로 마련한 ‘국가안전보장 전략’도 처음으로 개정할 방침을 밝히면서, 2018년 책정한 ‘방위대강’과 ‘중기 방위력정비계획’의 조기 개정도 이번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일본의 방위대강은 대략 10년간 정부가 추진할 방위력 목표 수준을 정리한 것이고, 중기 방위력정비계획은 방위대강에 근거해 향후 5년 동안의 방위비 수준과 방위 장비 수량을 규정한 문서다.
2023년까지 계획이 반영돼 있는 현재 중기 방위력정비계획을 조기에 개정하겠다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