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군 복무와 취업을 연계한 취업맞춤특기병 제도가 취지와 달리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유명무실’ 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정 모집 분야 편중이 심하고 취업률도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15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신설된 취업맞춤특기병의 전역 후 취업률이 57.7%에 머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3년간 취업맞춤특기병 지원자는 2019년 2716명, 2020년 3286명, 2021년 7월 기준 250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역병 모집 충원계획 인원 대비 지원율은 1~2% 수준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는 현역병 모집분야의 하나로 병역의무자가 입영 전 기술훈련을 받고, 연계된 분야의 기술병으로 입영해 복무함으로써 전력 후 취업연계를 도모하기 위해 신설됐다.
고졸 이하 학력 소지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며 다른 특기병과 달리 경쟁선발이 아닌 연중 모집방식으로 충원한다.
홍영표 의원은 현역병 모집대상자 중 고졸 이하자가 33.9%, 경제적 약자가 7.3%임을 감안하더라도 지원자수 자체가 매우 적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모집분야에만 지원자가 편중되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한 육군의 경우, 총 74개 특기에서 인원을 모집하는데 이 중 상위 6개 특기에만 지원자 절반 이상이 몰렸다.
지원자의 53.2%(2019년), 53%(2020년)가 전기설비, 차량정비, 조리, 영상제작 등에 지원한 반면, 로켓무기 정비‧무선장비 운용정비 등 3년간 10명도 채 지원하지 않은 분야도 있다.
기계‧통신전자‧차량정비‧공병‧전자계산 5개 분야에서 취업맞춤특기병을 모집하는 공군 역시 기계 분야에만 지원자의 46.9%(2019년), 56.9%(2020년)가 편중됐다.
소수 특기에만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해당 분야의 취업률은 오히려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육군 영상제작 특기병의 취업률은 34.3%(2019년), 54.4%(2020년), 42.1%(2021년 7월)로 육군 취업맞춤특기병 전체 취업률 57.7%(2020년) 이하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현재 모집하고 있는 맞춤특기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사전 직업훈련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와 공조해 미래의 취업수요를 선반영해야 한다”며 “군 당국은 취업률만 단순 집계하는 현재의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고용분야, 고용형태 등까지 파악하는 심층평가를 진행해 제도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 소속 같은 당 안규백 의원도 취업맞춤특기병 제도가 군 복무와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확보한 취업맞춤특기병 전역자(109명)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7.6%가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34%)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본인이 습득한 기술과 무관한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도 45.8%에 달했다. 사실상 두 명 중 한 명꼴로 입영 전 교육이나 군 경험이 전역 후 취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된 셈이다.
입영 전 받은 기술교육과 군대 보직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응답자도 2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부분(91.7%)이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 소개 등 개인적인 경로로 취업 정보를 취득하는 반면, 병무청의 서비스를 활용했다는 응답은 고작 8.3%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병무청의 서비스 자체를 모른다는 답변이 79.8%에 달한다는 점이다.
안 의원은 “취업맞춤특기병에 ‘취업맞춤’도, ‘특기병’도 없다”면서 “병무청이 사실상 전역 후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병무청은 제도 운용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사업성과는 극대화하기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