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방위사업청과 공군이 첨단 6세대 전투기 도입에 대비해 무인전투기 등을 활용한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첫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와 2030년대까지 개발해 실전 배치될 예정인 무인기를 유기적으로 연동해 작전을 펼친다는 개념이다.
방위사업청은 KF-21 ‘보라매’가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UCAV)들과 함께 편대를 구성해 독도 상공 등을 비행하는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군 당국이 KF-21과 국산 무인 스텔스 전투기들이 합동작전을 하는 개념을 일반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멈티’(MUM-T, Manned-Unmanned Teaming)로 불리는 유·무인 복합체계는 유인기와 무인무기를 유기적으로 연동해 운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미래전의 핵심 시스템이다.
‘출고식 이후 미리 만나보는 KF-21의 비행모습’이라는 1분 12초짜리 영상은 KF-21 한 대가 검은색 스텔스 무인전투기 3대의 호위를 받아 독도 상공 등에서 편대비행을 하며 작전하는 모습을 CG로 구현했다.
KF-21은 영상에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서 공중 급유를 받는 모습도 CG로 표현됐다.
영상에 CG로 등장한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꼬리날개가 없는 형태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가오리-X’나 그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미 해군이 시험했던 X-47 스텔스 무인전투공격기와 비슷한 형상이다.
ADD는 지난해 8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창설 50주년 기념 합동시연 및 전시 행사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무인전투기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사실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가오리-X는 길이 10.4m, 날개폭 14.8m로 중량은 10t에 이르는 대형 무인기다. 속도는 마하 0.5 이하, 최대 비행시간은 3시간 이하로 고도 10㎞ 이내로 비행한다.
ADD는 무인전투기의 형상 설계를 비롯해 스텔스 기능을 높여주는 전파흡수 구조, 무미익(꼬리날개가 없는) 비행제어 기술 등을 연구해 왔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1단계 연구가 마무리됐고, 작년 공개 당시 2단계 연구가 막바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ADD는 실제보다 좀 작은 크기의 가오리 기술시범기를 만들어 2015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2017년부터 2차 기술시범기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리-X의 무장능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각종 정밀유도폭탄과 소형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시범기 사업는 대한항공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경합을 벌여 대한항공이 선정됐다.
ADD는 지난 1999년부터 스텔스 형상 설계기술, 전파 흡수재료 기술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주파수 선택적 전파투과 복합재 기술, 전파흡수 복합재 구조 기술, 적외선 흡수재료 기술 등 스텔스 무인전투기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해왔다.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2030년대까지 개발을 마치고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2020년대말까지는 스텔스 무인정찰기도 개발된다. 가오리-X에 장착될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개발에 성공해 실제 크기의 가오리-X 실증기 제작도 가능해진 상태다.
가오리-X 개발이 완료되면 군 당국은 KF-21 조종사의 지시로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용도 등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이지만 5세대 전투기와 비슷한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고 있어 KF-21과 ‘가오리’의 멈티 개발 경험을 6세대 전투기 도입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 운용, 극초음속 엔진, 360도 공격이 가능한 레이저 무기, 스텔스 성능 향상, 고용량 네트워크 기능 등을 갖고 있다.
공군은 올해 ‘유·무인 전투임무기 복합체계 임무효과도 분석 및 한국형 차세대 전투임무기 구축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내용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에 적합한 항공기 편성과 소요량을 도출하는 것이다. 유·무인 전투기 단계별 구축방안도 제시된다.
방사청은 “한국형 전투기와 무인기의 비행 장면은 미래 전장의 모습을 상상해 CG로 제작한 영상”이라면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잘 진행되고 전력화된다면 언젠가는 무인기와 같이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5세대급 전투기인 KF-21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 F-5 등을 대체해 2032년까지 모두 120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