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과 관련 15일(미국 현지시간) “비정상적으로 긴 휴전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한미,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 차관은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민간단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로 열린 ‘한-미 전략포럼 2021’ 기조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진전을 이루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차관의 이런 ‘평화체제 전환’ 언급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던데서 한 걸음 더 진전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평화체제는 한반도의 미래를 규정하는 일련의 규범과 원칙들로 구성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남북 정치관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경제 및 사회적 교류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종전 선언은 비핵화 대화와 평화 회담을 위한 길을 열어줌으로써 남북한과 미국이 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데 의미 있는 진입점(entry point)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환상을 가진 적이 없다”며 “평화 프로세스는 길고 고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뒤를 돌아보거나 의심을 품을 수 있다”며 “북한을 궤도에 계속 둘 수 있도록 하는 틀(framework)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프로세스에서 누구도 쉽게 떠날 수 없는 구조를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그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북한에 제시함으로써 프로세스를 고수하는 게 최선이라는 점을 북한에 확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우드로 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한국 담당 국장은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을 포함해 대북 관여 방안을 협의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종전선언의 ‘효용성’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수미 국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상당한 제재 완화’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재 완화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북한의 협상 재개를 유인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향후 6개월 동안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평화공세’를 번갈아 가며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김 위원장이 협상 재개에 관심이 있다면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좋은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 가닥 기대를 표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국제적인 핵 보유국 지위와 동맹의 분열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과 북한의 정치적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롭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의 정치적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며 “낮은 수준의 신뢰관계에서는 새로운 핵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종전선언 등과 같은 한두 개의 조치만으로는 (핵합의가)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호연락사무소 개설, 인적 교류,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 등이 함께 이뤄져야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한은 내년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미국은 ‘강력한 대응’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과감한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