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이 세계적으로 인기 돌풍을 일으킨 남한의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몰래 시청했다는 이유로 사상통제 차원에서 청소년 7명에게 중형을 내리고, 관련자 1명을 총살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뉴스사이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주 초 함경북도 청진시 고급중학교 학생 7명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다가 109상무 연합지휘부 검열에서 적발됐다”며 “이 사건이 중앙에 보고돼 한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USB 장치를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되고,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함께 시청한 나머지 학생들은 5년 노동교화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USB를 산 학생과 함께 ‘오징어 게임’을 본 친구가 다른 학생들에게 내용을 알리면서 다른 학생들이 USB를 돌려 시청하던 중에 109연합상무 검열에 걸린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이번 일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처음 적발된 청소년들의 범법 사례로 크게 문제 삼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 방역으로 국경이 봉쇄된 속에서 USB가 반입된 경로를 끝까지 밝혀내도록 지시함에 따라 상당기간 조사와 처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RFA에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학생들이 속한 고급중학교 교장, 청년비서, 담임교원이 해직되고 당원명부에서 제명됐다”며 “이들이 탄광이나 오지로 추방될 것이 확실시되며, 다른 교원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빚에 쫒기는 사람 456명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데스 게임을 벌인다는 줄거리로, 지난 9월 중순 공개돼 세계적 선풍을 일으켰다.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 사상검열 차원에서 남한은 물론 외국의 드라마 등이 담긴 CD 또는 USB 판매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사상통제의 일환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배격법)을 제정했다.

이 배격법에는 남한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시청자는 징역 15년형에 처한다는 등의 규정이 담겨 있으며, 남한 영상물 외에 도서나 사진까지 판매는 물론 보기만 해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8월 이 배격법을 소개하며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외국 문물의 영향을 근절하기 위해 외국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옷차림이나 말투를 따라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처벌하는 법을 마련했다”며 “무기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