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추궈홍(邱國洪) 전 주한 중국 대사는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년 2월부터 2019년 말까지 주한 중국 대사를 역임한 추 대사는 이날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열린 ‘2021 한·중 평화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들에게 6·25전쟁 종전 선언 지지를 촉구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6·25 전쟁이 종료된 지 이미 70년이 흘렀다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정으로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실질적인 종전 평화 모드를 실현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며 “이는 오늘날 긴장이 완화된 한반도 정세를 유지하고 지속해 나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해 지지부진한 협상과 대화 국면을 타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모든 관련 당사국들의 이러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일원이자 남북 휴전 협정의 당사국으로서 중국은 앞으로 상응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중국 관여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미국의 지지와 동의하에 종전 선언을 발표하고, 나아가 미국이 대북 제제를 완화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도록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비록 조건적이거나 상징적인 데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관련 당사국들이 최종적으로 모두 종전 선언 체결에 동의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위해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북제재를 조건부로 완화하는 등 합리적인 수준에서 북한의 안보·개발 요구에 부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북한이 더 이상 새로운 핵 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의 가역적 조항에 따라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것을 고려함으로써 북한이 핵 포기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팡밍(韓方明)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은 이날 행사 축사에서 “중국 또한 한반도 평화회담 추진과 종전 선언 발표 등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이를 계기로 답보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 남북 화해 협력 등 문제가 조속히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종전선언 관련 중국 역할론을 피력했다.
2009년 출범한 중국의 영향력 있는 외교 및 국제 관계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 장충의(張忠義) 부비서장은 “이제 약 6개월 임기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에 있어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들간 종전선언을 체결하는 것은 북미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종전 선언 체결은 현재 정체돼 있는 대화를 재개하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행사 기조연설에서 “사실 저는 중국이 당사자로서 종전 선언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밀접한 관계자이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서, 그리고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당연히 종전 선언에 참여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기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