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왼쪽부터)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해 종전선언 등을 논의했다. (자료 사진=미 국무부 제공)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왼쪽부터)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해 종전선언 등을 논의했다. (자료 사진=미 국무부 제공)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이 한반도를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한 “한국이 평화 없는 평화 선언을 원한다”는 제목의 종전선언 관련 기고문에서 “한반도를 되레 위험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북 보수 매파로 알려진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일방적인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면서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서울발 기사들은 바이든의 (외교안보) 팀이 이 연극(charade)에 장단을 맞추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고, 한국의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종전선언 진행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무언극(pantomime)과 위장된 돌파구가 한국의 안보를 강화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이 문 대통령은 물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는 여당이 노리는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 것처럼 축하하는 척 하는 것이 한미동맹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우려의 배경으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적대 관계를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에도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감행하고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행위를 지속해왔다고 상기했다.

그는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도 김 위원장이 평화협정을 이야기하기는커녕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난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라는 국제적 목표는 사실상 폐기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운동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국제테러단체와 거래, 불법적 금융 거래 등을 막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자’들과 한국의 ‘허수아비’들이 만드는 종전선언으로는 김정은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이를 약함의 신호로 보고 더 많은 요구들을 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더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제재 해제를 위한 로비 작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북한의 안보 위협에 직면한 일본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면서 독자적인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다른 동맹들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허한 말이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지 못한다”며 “한반도의 전쟁 위협은 늘 그래왔듯이 북한이 만들고 있으며 지금도 한국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리는 데 전념하고 있는 나라”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김정은 정권이 다시 일어서서 익숙한 ‘협박 시나리오’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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