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호주의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국경 없는 보훈”을 강조하며 깍듯한 예우를 몸소 보여주는 만찬 행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호주 캔버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만찬’ 인사말을 통해 호주 참전용사 및 유가족들에게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며 “대한민국은 해외 참전용사들을 끝까지 예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만찬에는 콜린 니콜라스 칸(Colin Nicholas Khan) 전 장군을 비롯해 이안 맥클린 크로포드(Ian Mclean Crawford) 전 제독, 노먼 리 장군, 노먼 골드스핑크 소령, 케빈 콜린 베리만 상병 등 5명의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 6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1만7000여 명에 달하는 호주 참전용사들은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에 자신의 꿈을 접어두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생명을 지켜주었다”며 “가장 위대한 전투 중 하나인 ‘가평전투’와 유엔군 보급선을 지켜낸 ‘마량산 전투’를 비롯해 바다와 하늘, 육지의 수많은 전투에서 빛나는 전과를 올렸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한 참전용사 한 명씩 이름을 거명하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참전용사들의 인류애와 헌신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호주와 대한민국 간의 영원한 우정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은 호주와 한국 모두의 위대한 유산”이라며 “한국 정부는 ‘참전용사와 가족의 한국 방문’, ‘현지 감사 행사’ 등 다양한 국제 보훈사업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제정된 ‘유엔참전용사법’을 언급하고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해외 참전용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예우와 명예선양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직 마흔 두 분의 호주 참전용사들이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난 2019년 양국은 ‘유해발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 조사와 발굴, 신원확인을 위해 협력해 왔다”며 “마지막 한 분의 참전용사까지 찾아내 가족과 전우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유해발굴 사업의 지속을 약속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에도 연인원 2만여 명의 한국군 장병들이 나서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백마고지 등에서 해외 참전용사를 포함한 전사자의 유해와 유품 등의 발굴 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날 만찬 행사는 올해 한국과 호주 수교 60주년, 6.25 한국전쟁 ‘가평전투’ 70주년을 맞아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호주의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한 콜린 니콜라스 칸 전 장군을 비롯해 생존 참전용사 5명에게 특별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다섯 분의 영웅과 1만7000여 참전용사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칸 장군은 우리 정부로부터 지난 7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으나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수여식에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방한하지 못해 당시 한국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조카 손녀가 대리 수상했었다.
이날 만찬 행사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직접 주관했고, 5명의 생존 참전용사를 비롯해 유가족 등 60여명이 참석했으며, 호주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국방장관, 앤드류 지(Andrew Gee) 보훈장관 등 연방정부 고위 인사와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만찬은 “We Heroes, 우리 영웅들”이란 주제로 호주 군악대의 식전 공연에 이어 ‘국민의례’ ‘감사영상 시청’ ‘문 대통령 인사말’ ‘호주 국방장관 답사’ ‘참전용사 건배 제의와 만찬’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생존 참전용사들의 참전 소회를 담은 감사영상에서 칸 전 장군은 “오늘날 한국이라는 나라를 만든, 훌륭한 재건 과정에서 저는 작은 역할만 했을 뿐”이라며 “제가 한국의 성장에 작게나마 기여한 것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참석자를 대표해 건배 제의를 한 이안 크로포드 전 제독은 “(한국이)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우리를 알아봐 주는 게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며 “한국전은 더 이상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아니다”라고 감사의 뜻를 전했다.
만찬 행사 후 문 대통령 내외는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 등 5명의 참전용사를 포함해 10명의 가족들과 각각 기념사진을 쵤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전용사들과 만찬 행사에 앞서 호주 전쟁기념관과 한국전 참전비를 찾아 각각 헌화하고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호주는 6·25 한국전쟁 당시 총 1만7164명을 파병해 22개 유엔 참전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6.25는 호주가 유엔에 가입한 후 참전했던 첫 전쟁으로, 340명이 전사하고 1216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캔버라와 시드니, 골드코스트 등 호주 주요 도시에 한국전 참전비 건립에 필요한 석재 ‘가평석’을 지원하고, 호주는 마을길과 공원, 다리 이름에 ‘가평’ 지명을 붙이는 등 한국전쟁 참전을 기리고 있다.
가평전투는 6.25한국전쟁 당시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군으로 구성된 영국연방군이 중공의 중국인민지원군과 경기도 가평에서 벌였던 치열한 전투로, 호주군 등이 치른 전투 중 가장 위대한 전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당시 왕립 호주 연대 제3대대는 패트리샤 왕녀 캐나다 경보병대 제2대대와 함께 전방 전투 임무를 맡았으며, 중공군이 중부전선의 유엔군을 돌파하려고 했던 춘계공세를 저지하는 데 결정적 전공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