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으나 위성 모사체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해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으나 위성 모사체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해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지난 10월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정해진 궤도에 올리지 못하는 ‘미완의 성공’에 그친 것은 산화제 탱크 균열이 직접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예정했던 누리호 2차 발사 계획도 기술적 보완에 시간이 걸려 불가피하게 내년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9일 누리호 로켓 3단 엔진이 목표치인 521초보다 46초 빠른 475초에 끝난 원인에 대해 산화제 탱크 균열 때문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산화제 탱크에 금이 간 것은 내부에 장착된 헬륨 탱크가 떨어져 나간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화제 탱크 안에 가득 차 있던 액체산소의 부력이 발사체 상승 도중에 예상보다 커지면서 내부에 달린 헬륨 탱크를 지속적으로 흔들었고, 이 영향으로 헬륨 탱크 고정 장치가 풀렸다는 것이다. 

누리호 3단 엔진에 설치된 산화제 탱크 외형.(자료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누리호 3단 엔진에 설치된 산화제 탱크 외형.(자료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떨어져 나온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 안에서 요동치면서 산화제 탱크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가하는 바람에 균열이 생겨 산화제가 새나갔고, 3단 엔진에 공급해야 할 산화제 양이 줄어 결국 3단 엔진 연료 연소 시간이 짧아졌다는 진단이다.

이 결과 누리호는 설계 당시 목표로 했던 고도 700㎞까지 상승했지만, 3단 로켓 속도가 떨어져 중량 1.5t짜리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로 도는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했다.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위성 모사체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호주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25일 과기정통부와 항우연 등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진과 외부 전문들까지 포함한 조사위를 구성해 원인 규명에 착수했고, 3단 로켓 내부에 있는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떨어져 엔진이 빨리 꺼졌다는 사실을 초기에 확인했다.

조사위는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 2600여개를 기초로 비행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이 데이터들은 지난 10월 21일 발사 당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팔라우 추적소에 설치된 텔레메트리에서 계측, 수집, 기록한 것을 모두 모은 것이다.

텔레메트리는 누리호의 비행 발사부터 비행 궤적과 상태를 확인하는 원격자료 수신 장비로, 발사체인 로켓과 탑재한 위성 모사체의 비행 위치, 작동 상태를 비롯해 내외부 온도와 전압, 자세까지 세세하게 기록한다.

문제의 3단 엔진 관련 데이터는 팔라우 추적소의 텔레메트리에서 기록한 것이다.

조사위는 누리호 발사 36초 만에 이상 진동이 감지됐고, 이때부터 헬륨 탱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항우연 등 누리호는 중력 가속도 ‘1G(기가)’ 상태에서 발생하는 부력에 대비해 탱크 고정장치를 설계했으나, 1단 로켓 비행 도중에 나타난 중력 가속도는 무려 4.3G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누리호가 1단 로켓을 점화한 뒤 강력한 힘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런 중력 가속도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지 자료=과기정통부 제공)
(이미지 자료=과기정통부 제공)

이번 조사위 위원장인 최환석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은 “설계를 할 때 산화제의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국민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2차 누리호 발사 일정과 관련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현재까지 논의한 바로는 5월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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