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이 지난 5일 발사체를 두고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국방부가 최근 ‘성능 과장’이라며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절하하고 이에 반박하는 전문가의 분석이 10일 나와 주목을 끌었다.
미사일 분야 국내 권위자로 꼽히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날 ‘북한 극초음속활공비행체(HGV) 시험발사 분석’ 보고서에서 “HGV가 아니라는 국방부의 주장은 타당한 결론은 아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활공비행체의 형상이 쐐기 형상이 아니고 원뿔 형상이기 때문에 충분한 양항비(양력과 항력의 비, Lift-to-Drag Ratio)를 얻을 수 없고, 최대 속도가 마하6에 불과하며, 불규칙 기동 및 활공 후에는 속도가 극초음속 미만의 속도를 갖기 때문”이라는 국방부의 평가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방부는 원뿔 형상 활공비행체의 경우 하단의 날개만으로는 양항비가 작기 때문에 활공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최대 양항비 4.0을 제공할 수 있는 쐐기(Wedge) 형상보다는 작지만 원뿔 형상도 우수한 제어 능력을 갖고 최대 2.0 정도의 양항비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활공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상이한 형상의 HGV에 대한 비행시험을 통해 공기역학, 유도제어, 항법, 내열성능을 검증하는 단계로 판단할 수 있다”며 “쐐기 형상을 가졌지만 속도가 마하 2~3에 불과했던 2021년 9월의 HGV에 이어 북한이 이번에는 원뿔 형상을 가진 비행체로 HGV의 형상설계를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육군이 개발 중인 LRHW(Long-Range Hypersonic Weapon) 극초음속활공비행체(C-HGB, Common-Hypersonic Glide Body)도 90도 간격으로 4개의 꼬리 날개를 가진 원뿔 형상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개발 중인 원뿔 형상 극초음속 활공체를 소개하고 “이 활공비행체는 다양한 내열금속과 복합재로 제작됐으며, 2017년 10월과 2020년 3월에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완료해 2023년에 전력화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7일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청해 “북한이 1월 6일 보도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관련 사거리, 측면 기동 등의 성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이 미사일에 대해 “속도는 마하6 수준, 고도는 50km 이하”라며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700㎞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초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이 9월 28일 시험 발사한(화성-8형) 미사일 대비 4개월 만에 추가적인 기술적 진전은 아니다”며 “지난해 10월 (북한의)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최초 공개된 다른 종류의 미사일 중의 하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도 이와 관련 기자들에게 “북한이 5일 발사한 영상을 보면 극초음속 활공체가 아니라 MARV(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를 탑재한 탄도탄”이라며 “극초음속 활공체(HGV)는 글라이딩하기 위해 밑이 평평한 형태인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재래식 기동형 탄두라서 엄밀하게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