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이 20일 미국을 향해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개하겠다며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를 시사해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의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을 재포치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2018년 4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 선언을 무효화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를 ‘선제적 선의 조치’라고 주장하며 대북 제재 완화, 적대정책 중지 등 미국의 상응 조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무위로 돌아갔다.

이 통신은 이와 관련 “정치국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하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그동안 4년 가까이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와 같은 ‘강력한 물리적 수단’을 다시 선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현 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 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현 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 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북한의 이번 결정은 최근 4차례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미국 정부가 지난 13일 추가 대북 제재를 가한 데 대한 강력 반발로 보인다.

이 통신은 이와 관련 “(정치국)회의에서는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 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며 “미국은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면서 무려 20여차의 단독 제재조치를 취하는 망동을 자행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어 ”특히 현 미 행정부는 우리의 자위권을 거세하기 위한 책동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며 ”미 제국주의라는 적대적 실체가 존재하는 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추가 제재 조치까지 나오자 핵실험과 ICBM 발사라는 벼랑끝 카드를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국 회의에서 채택된 해당 결정은 혁명발전의 절실한 요구와 조성된 현 정세 하에서 우리 국가의 존립과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시기적절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번 노동당 정치국회의는 올해 들어 처음 열리는 것으로, 지난해 5차 회의 개최 이후 50일만이다.

북한 매체 보도 기준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이번까지 정치국 회의는 모두 38차례 열렸다. 

이 통신은 그러나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노동당 총서기의 발언 내용은 이례적으로 일체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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