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이 2008년 폭파했다던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의 우라늄‧플루토늄 생산 시설 모두 가동 중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13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전 IAEA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지난 1일 영변 핵단지 위성 촬영 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영변 우라늄농축공장은 가동 중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라늄농축공장과 5MW 원자로에서 열 감지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1(1993년), 2차(2002년)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이와 관련 20여 차례 방북했던 북핵 전문가다.
영변 핵시설 보고서 발표에 앞서 이날 VOA에 주요 분석 결과를 사전 공개한 하이노넨 연구원은 그 단서로 “최근(2월 1일) 촬영된 위성 사진을 보면 영변 우라늄농축공장 단지의 여러 곳에서 눈이 녹은 모습이 관측된다”며 “농축 장비는 열을 발생시키는 만큼, 눈보라가 그친 뒤 지붕 등에서 눈이 녹는 것을 보고 공장 일부가 가동 중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징후’로 “원심분리기 설치 공간에 6불화우라늄을 넣고 빼는 공급소와 통제실을 포함하는 부분에 눈이 녹았다는 점”이라며 “이곳은 시설이 가동 중일 때만 가열된다”고 지적했다.
6불화우라늄은 우라늄(U)에 불소(F)원자가 6개 붙어있는 화합물로, 우라늄 원광을 가공해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가공물이다.
그는 그러면서 “지원 건물들에 쌓인 눈도 녹았다”며 “이곳은 원심분리기의 조립과 균형 조정, 장비 오염 제거, 원심분리기 홀의 일정한 온도와 청정한 공기 환경 유지, 전기 분배 등의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해 비슷한 현상이 있었을 때는 원자로가 멈춰 있어 지붕에 눈이 골고루 쌓여 있었다”며 “따라서 최근 사진이 좋은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심분리기만 있으면 농축 우라늄 생산은 좁은 공간 어디서나 가능한 ‘은밀성’과 관련 “우라늄농축공장의 가동 여부나 농축우라늄 비축량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는 거의 없다”며 “원자로처럼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이 없고, 배출과 공급 과정이 위성에 노출되는 냉각수도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라늄 농축 활동 감지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아울러 “우라늄 생산량 추정치를 도출하려면 원심분리기의 농축 용량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시설이 지속해서 작동 중이라는 전제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영변 핵단지에서 2008년 ‘폭파’ 이후 진행된 주요 시설 변화를 들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생산에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2008년 핵연료봉 제조공장이 2009년 여름 우라늄농축공장으로 개조되기 시작했고, 2010년 원심분리기를 여러 개 연결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캐스케이드 설치 공간(Cascade Hall)을 2개로 늘렸으며, 이후 몇 년 동안 기존 핵 연료봉 제조공장이 서서히 개조되고 일부는 확대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터빈 건물과 열 교환 시설의 지붕과 환기 굴뚝에서 눈이 먼저 녹는 것을 볼 수 있고, 원자로 운영을 지원하는 건물들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눈에 띈다”며 플루토늄 확보의 핵심 시설인 5MW 원자로에서도 활동이 계속 감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 지붕 위에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 재처리 작업 이후 연료가 소진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용후핵연료는 순환과 정화를 위해 물속에 담그는데, 열을 발생시키는 이런 작업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 “5MW 원자로의 설계 형태가 달라진 뒤로 관측이 훨씬 어려워졌다”며 “터빈 건물에서 가끔 증기가 배출되고, 냉각수가 강으로 방출되며, 겨울에는 열을 방출하는 원자로의 특정 건물 지붕에서 눈이 녹는 것이 주요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네 차례 플루토늄 생산 활동을 벌였고, 이에 앞서 1986년부터 1994년까지도 원자로가 가동됐다”며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또 한 차례의 플루토늄 생산 활동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루토늄 생산량이 확인된 적은 없다”면서도 “2021년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핵실험에 사용된 양, 원자로 가동과 관련한 불확실성, 추출 과정에서의 손실을 고려해 플루토늄 비축량을 25~48kg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5MW 원자로를 통해 약 6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며 “김정은이 핵 억지력 추가 개발을 선언했을 때 과학자들에게 핵탄두 소형화를 지시한 만큼, 성공할 경우 탄두 당 플루토늄 양을 4kg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당시 5MW 원자로와 재처리 공장의 해체 대신 폐쇄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시설들의 유지를 허용한 것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영변 핵시설 ‘보존 활동’으로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뒤 원자로를 신속히 가동하고 재처리공장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추가 생산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