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불만을 터트리며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수차례 압박했다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의 증언이 나와 빈말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미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우리에게 몇 차례나 미국 병력 철수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020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한국은 ‘다루기가 지긋지긋하다(horrible to deal with)’고 불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SMA 협상을 앞두고 한국의 분담금을 전년도 기준 1조300여억원에서 5배를 훌쩍 넘는 50억달러(약 5조8200억원)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2019년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은 1년 6개월을 끌다 2021년 3월 13.9% 증액한 1조1833억원으로 타결됐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 상황을 거론하면서 “주한미군은 4월 1일까지 돈이 떨어질 상황이었다”며 “이런 문제는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삼성 TV를 팔고, 우리는 그들을 지켜준다”며 “이는 말이 안 된다”는 말로 한미 무역 불균형 문제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설득해야만 했다.
그는 또 “우리(미군)의 주둔은 평양(북한)이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북한을 계속 지켜보는 일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순발력 있게 설득해 트럼프로부터 “그래, 그래, 두 번째 임기”라는 답변을 끌어내며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는 비화도 공개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우리가 더 공정한 분담금 부담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첨예하게 대립했던 한일 간 갈등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유사시에 매우 중요하다”며 트럼프가 “왜 그들(한국)은 일본과 싸우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 일본, 한국에 즉각적 문제였다”며 나아가 “내게는 우리 세 국가(한미일)가 향후 몇 년 중국 대응에 협력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일 주둔 미군기지는 매우 좋은 위치라며 “이런 이유로 나는 트럼프가 한국에서 미국 병력을 모두 빼낼 필요가 있다고 말할 때 매우 불편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은 이 모든 내분에서 이익을 봤고, 중국도 그랬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모든 일을 지켜봤고, 넌더리에 고개를 저으며 이들 ‘위대한 동맹’의 가치를 재차 물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위대한 동맹’을 말한 때 비꼬는 투였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으로 구성된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거론하며 “한국이 쿼드에 합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특히 중국 등에 한국의 전략적 입지에 관해 옳은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초기에 정권 핵심 인사로 꼽혔으나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의 문제에서 이견으로 갈등을 빚다 결국 취임 1년 4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