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지난 4월 15일 구속 기소된 현역 육군 대위 A씨(29·남성)가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부대의 이른바 ‘참수작전’ 계획까지 북한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에게 국방부가 제출한 A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초 북한 수뇌부 제거 특수부대의 작전계획을 휴대전화기로 불법 촬영한 뒤 이를 북한 공작원에게 전송했다.
특전사령부 산하 참수작전 부대 소속 A씨는 약 48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받고 공작원에게 포섭돼 지난달 검거 직전까지 해당 부대에 근무하면서 이 같은 간첩 활동을 벌였다.
A씨는 북한 공작원이 여단 작전계획과 대대 작전계획을 빼낼 것을 요구했지만 해당 부대원으로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대 작전계획을 넘긴 것으로 군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특수부대 지역대의 해당 작전계획은 군사 2급 비밀에 속한다.
A씨는 이밖에도 육군 보안수칙 등 기밀 5건을 더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이와 관련 “전시 및 평시 작전계획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이라며 “적 또는 외부에 누설 시 국가안전보장 및 국가이익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라는 공작원의 지령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이 사실이 적발돼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KJCCS는 합참의장이 지휘명령 및 작전명령 등을 하달할 때 사용하는 전장망으로, 상황에 따라 군사기밀 송·수신용으로도 쓰인다.
A씨는 텔레그램 아이디가 ‘보리스’인 북한 공작원과 직접 만나지 않고 주로 텔레그램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명이 밝혀지지 않은 북한 공작원 보리스는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전 담당 부서로 전해지는 기술정찰국의 하부 조직 소속이다.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A씨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은 앞서 “과거 북한의 침투작전 혹은 간첩 포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변화했다는 점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가상화폐거래소 대표 이모씨로부터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군사기밀을 제공해주면 가상화폐 등의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했다.
이에 앞서 이모씨는 지난해 7월에 ‘보리스’라는 텔레그램 아이디가 드러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군사기밀 탐지에 필요한 현역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아 A씨를 포섭했다.
지난 4월 5일 구속기소된 이모씨는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현역 장교에게 접근해 포섭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실도 확인됐다.
군 당국은 A씨 일당을 체포한 이후 군 부대를 상대로 긴급 보안 점검을 실시해 400여개 작전부대에서 비밀 분실 사례 300여 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