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취임 후 처음으로 다자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나토 공식 초청에 따라 우리나라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 중심의 집단안보 체제로, 이번 정상회의에 비회원국으로서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가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번 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계속 고심해 왔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것을 대비해 이달 초 의전팀과 경호팀을 중심으로 외교부 등 관계 부처 관계자들까지 포함한 사전답사단을 꾸려 현지에 파견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었다.

사전답사단은 현지에서 회의장 답사를 비롯해 숙소, 방문 후보지 등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의 대러시아 전략, 아시아에서 대중국 견제 전략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미국 중심의 새로운 안보 전략 구상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 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해당 회의에서 오늘날과 미래에 예상되는 위협을 다룰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새 ‘전략 개념’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토의 ‘전략 개념’은 주변 안보 환경 평가와 전략, 대응 방법을 담은 문서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이 예상되는 새 ‘전략 개념’에 따라 한국이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맡을 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에서 나토 회원국 그리고 파트너 국가 간 회의 세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다수 국가 정상들과 양자 또는 다자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가치와 규범을 토대로 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나라 역할을 확대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 기간에 우선 한미·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두 번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이번 회의 참석이 정해지면서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이번 회의에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윤 대통령과 첫 대면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 3월 11일 기시다 총리와 첫 통화를 했으며,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기시다 총리와 안면을 터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관심의 초점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현지에서 별도로 한일 간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것인지에 쏠려 있다.

한일 양 정상 모두 불편한 양국 관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양자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한 이후 2년 7개월 동안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확인해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직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자료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자료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나토 정상회의 기간 현지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여지를 남기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실제로 검토하거나 조정하고 있는지를 물은 데 대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은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 파트너국에 포함된 우크라이나와 양자 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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