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이 코로나19 종식을 공식 선언하면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코로나19 발생을 남한의 ‘삐라 살포’ 탓으로 돌리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11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행한 ‘토론’(연설)을 통해 “이번에 우리가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적인 보건 위기를 기화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 대결 광증이 초래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 괴뢰정권은 2020년에 당시 괴뢰정부가 걷어들였던 삐라(전단) 살포 기구를 인간 추물들에게 되돌려주었는가 하면 형식적으로나마 제정했던 ‘대북삐라살포금지법’을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며 “너절한 적지물 살포 놀음의 앞장에 선 짐승보다 못한 추악한 쓰레기들의 배후에서 괴뢰보수패당이 얼마나 흉악하게 놀아대고 있는가를 우리는 낱낱이 새겨두고 있다”고 일부 북한 이탈주민 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북 전단 살포를 북한의 코로나19 전파자로 지목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30일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의 병영과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한 군인 김 아무개(18)와 유치원생 위 아무개(5)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북한의 코로나19 최초 발병과 관련 “전선 가까운 지역이 초기 발생지”라며 “우리가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비루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그가 언급한 ‘색다른 물건짝’들은 남한에서 북한으로 날아온 대북 전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와 함께 “악성 비루스가 물체를 통해서도 전파된다는 것 때문에 물체 표면 소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인된 견해”라며 “남조선 것들이 삐라와 화폐, 너절한 소책자, 물건짝들을 우리 지역에 들이미는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명백한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남조선지역으로부터 오물들이 계속 쓸어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수수방관해 둘 수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만약 적들이 우리 공화국에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했다.
김 부부장이 쓴 ‘박멸’이란 용어를 두고 북한이 ‘보복적 대응’에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생화학 무기를 생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 무기는 약 2500~5000t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생화학 무기 중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자체적으로 다양한 생물 무기 배양과 생산이 가능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국제사회 평가다.
김 부부장은 또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며 “이제는 대적·대남 의식을 달리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를 가리켜 ‘현 괴뢰정권’이라고 지칭하며 “동족보다 동맹을 먼저 쳐다보는 것들, 동족 대결에 환장이 된 저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행위는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과 대응 실패에 따라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내부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관련 ‘당의 방역정책 승리’, ‘국가의 위기대처전략 승리’라며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5월 12일 코로나 발병 사실을 확인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악성 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되었다는 현실 앞에 솔직히 심정은 착잡했다”며 “하루에도 수십만 명씩 감염자가 급증하는 눈앞의 위기는 ‘나라의 운명이 이대로 결딴나는가’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도 내다보며 최대로 각성하고 결사적으로 분발해야만 하는 매우 다급한 국가 최대의 위기 사태였다”고 당시 가졌던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이룩한 값비싼 승리는 우리당 방역정책의 승리이고 우리 국가의 위기대처전략의 승리이며 우리 인민특유의 강인성과 일심단결의 승리”라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제도적 우월성이 안아온 위대한 승리”라고 자찬했다.
김 부부장의 ‘토론문’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남 문제를 포함한 대외 부문 총괄 국무위원으로서 북한에서 한층 높아진 위상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