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외교·대북 정책을 크게 수정해 북 핵 억제에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영국과 미국, 캐나다 순방길에 오르기 전 지난 14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핵·미사일 등의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확장억제를 더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데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18일 보도했다.
대통령실이 18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결과와 관련 “확장 억제는 미국 영토 내에 있는 핵무기를 유사시에 사용한다는 것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모든 패키지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외교·대북정책에 대해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보였다”며 “지난 정부는 북한이라고 하는 한 특정한 교우에 대해서만 좀 집착해왔다”고 비판했다고 NYT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치적인 쇼'라고 평가해 왔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쇼’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북한(정권)이 주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핵을 감축시켜 나가면서 국제사회에 어느 정도 문을 열고 또 경제적 지원을 받아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NYT는 윤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전진한다면 그것이 완료되기 전에라도 한국은 경제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문 정부와 일본의 아베 정권 시절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관계 회복을, 중국 관계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며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 식으로 과거사 갈등 등 한일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그랜드바겐’ 방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의 첨예한 갈등 이슈이자 핵심 현안인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다만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에 대해 추가 조치를 하기 전 효용성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 발 물러선 듯한 신중론을 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해 문 정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다.
3불 정책은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가리킨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선 “북핵 위협에 대응해 동북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체계”라며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해 동북아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협력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간 패권 다툼과 심화되는 갈등과 관련 전임 문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하며 “이른바 미중 간 이런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며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이전에 취소 내지 축소됐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한국·일본·대만·미국 4개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4'(미국 명칭 Fab 4) 예비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이런 움직임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모두에게 필요하고 합당한 일”이라며 4개국의 더 긴밀한 협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달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절대 아니다”며 “휴가가 예정돼 있고 휴가 때문에 만남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 양국간에 이미 양해된 상황이었다”고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