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약식으로 열려 양국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상 간 소통을 계속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제77차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12시23분부터 30분간 뉴욕 유엔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가진 이 회담에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당국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도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하고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필요성을 공유했다”며 “지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포함해 현재 진행되는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하는 것에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한일 양국의 발표대로라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기 위해 양국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를 계속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거듭했으며, 정식 회담으로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협력기로 했다.
두 정상은 특히 최근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핵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일 두 정상이 이번에 진통 끝에 어렵게 회동했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는 의견 접근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양국 모두 ‘현안’으로 지칭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문제는 1965년 이른바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완전히, 최종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우회적으로 다시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 전후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지난 15일 공식 발표했지만, 일본 정부는 회담 개최 사실을 줄곧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전격 성사된 회담은 양국 모두 장소나 시간, 의제 등에 대해 미리 공지하지 않았으며, 통상 정상회담장에 양국의 국기를 세워놓은 별도의 회담 장소도 마련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이번 회담이 끝난 후에도 양국 간 기싸움은 이어졌다.
한국 대통령실이 ‘약식회담’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본 정부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는 뜻의 ‘간담(懇談)’이라는 표현으로 정식 회담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회담 장소를 두고도 일본 언론들이 유엔(UN) 일본대표부 건물이라고 보도하자 한국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