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까지 범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국방·방산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광폭 외교를 펼쳤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열린 제9차 아세안(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 계기로 인도네시아, 호주, 필리핀, 베트남 국방장관 등과 연쇄 양자회담을 했다.
이 장관은 22일 가진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에서 양국 간 국방·방산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매우 중요한 나라이며, 국방협력 또한 매우 양호하다”며 “양국 간 방산협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이고 지난 7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해 양국 정상이 국방·방산협력이 양국 관계의 핵심축이라고 평가한 것을 먼저 상기했다.
이 장관은 이어 ‘인도네시아 주관 코모도 훈련 등 다자연합훈련 참여’, ‘대테러 협력’ 과 ‘KF-21 차세대 전투기 사업’, ‘잠수함, 헬기 등 방산 분야’에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과 국방·방산협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특히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핵심 국방협력 대상국으로 인도네시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양국 간 방산협력을 통한 인도네시아의 국방역량 강화는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관계 강화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인도네시아가 내년에 수임하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 정례화를 위한 인도네시아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 장관은 같은 날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양자회담에서 국방·군사 분야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역내 안보정세를 포함한 양국 주요 국방현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난 6월 NATO 정상회의 계기에 한호 양국 정상이 양국 간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 데 주목하고, 국방 분야에서도 올해 들어 세 차례의 장관회담을 통해 형성된 양국 국방장관 간 상호신뢰에 대해 특별히 언급했다.
두 장관은 지난 6월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이어 8월에도 이 장관의 호주 방문 때 양자회담을 했었다.
두 장관은 특히 최근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이 국방전략문서를 성안 중인 데 주목하면서, 한국의 ‘국방혁신 4.0’과 호주의 ‘국방전략검토’ 작성 과정에서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호주의 ‘국방전략검토’(Defense Strategic Review)는 급변하는 역내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의 국방역량 발전 방안을 주 내용으로 한 전략 보고서로, 내년 3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두 장관은 이와 관련 ‘국방·군사 분야에서 인적교류 활성화’, ‘양자 또는 다자 연합훈련의 빈도와 수준 제고’, ‘양국 군간 상호운용성 증진을 위한 방산분야에서 협력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합훈련 및 국방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두 장관은 또 한반도 정세와 관련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도발이 한반도는 물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최근 북한의 빈번한 미사일 발사와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를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결집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장관은 말스 장관에게 북한의 최근 ICBM 발사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이후 발표된 ‘대북 규탄 공동성명’에 호주가 적극 동참해준 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호세 파우스티노 필리핀 국방장관과도 양자회담을 갖고 역내 안보정세를 포함한 양국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국-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먼저 상기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 간 형성된 공감대를 기초로 국방장관 차원에서 ‘고위급 인사교류’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연합훈련 확대’ ‘방산협력 강화’ 등 국방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파우스티노 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 2013년 양국 간 국방협력 MOU 체결 후 국방·방산 협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양국 간 육·해·공군 간 정례협의체가 활발히 운영되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10월 필리핀에서 열린 카만닥 다자훈련에 한국 해병대가 참가하고, 8월에는 블랙이글스 비행팀이 필리핀에 전개하는 등 군사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파우스티노 장관은 이어 필리핀은 영토수호 및 대외 위협으로부터 국방역량 강화를 위해 군 현대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이와 관련 초계함 등 해양안보 역량강화와 다목적전투기 추진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한국-필리핀 간 국방·방산협력이 양국 관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과 평화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스티노 장관은 또 최근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무모한 행동으로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세계평화·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나가기 위해서는 아세안 국가와 연대와 협력을 통한 단합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 정세와 양국 간 국방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파트너 국가 중 하나가 베트남이라며 “양국 간 국방분야에서도 고위급 교류, 연합훈련, 방산협력 등을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2021년 처음으로 열린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가 2021~2024년 베트남의 아세안 대화조정국 수임 기간 중 정례화 될 수 있도록 베트남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판 방 장 장관은 내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국방협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해 이 장관의 베트남 조기 방문을 포함한 ‘국방 고위인사 교류 확대’, 양국의 국방 소요 및 능력을 고려한 ‘방산 협력 활성화’와 ‘지뢰 제거 관련 협력’, 한-아세안 차원의 ‘국방 협력 심화’ 등을 제안했다.
이 장관은 판 반 장 장관의 제안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현재 가동 중인 차관급 국방전략대화의 활성화와 함께 내년 중에 베트남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베트남 내 지뢰 제거를 위해 필요한 기술 및 장비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올해 양국 수교 30주년 계기에 해양안보, 사이버안보, 교육 교류, 방산·군수 등 분야에서 국방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한편 판 반 장 장관은 한국이 베트남에 양도한 퇴역함정 초계함이 베트남의 해양안보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초계함 추가 양도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은 퇴역한 초계함인 김천함과 여수함을 지난 2017년 6월, 2018년 10월에 각각 베트남에 양도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