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KF-21 같은 첨단 전투기 등에서 눈 역할을 하는 전천후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칩 시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의 관련 기술 제공 거부로 국가적 과제가 된 에이사(AESA) 레이더 체계 국내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DMC융합연구단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도로 질화갈륨(GaN) 기반 X-대역(8~12 ㎓) 레이더 송·수신기용 단일 프런트엔드 집적회로(MMIC) 시제품을 자체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ETRI 관계자는 “고출력 증폭기, 저잡음 증폭기, 스위치 MMIC를 하나의 칩으로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TRI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단일 MMIC는 1.5㎓대역에서 36dB의 송신이득과 38dB의 수신이득, 19W급 출력과 송신효율 28%를 보였다.
안테나 이득이 높아질수록 전파를 더 멀리 보내고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ETRI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송·수신 이득과 출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이사(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는 송신부, 수신부가 통합된 송·수신 모듈 1000여 개가 밀집된 항전 센서다.
이 레이더는 MMIC가 적용된 반도체 송수신 모듈을 독립적으로 작동시켜 신호의 위상과 진폭을 조절하며 공중‧해상‧지상 표적을 실시간으로 탐지·추적은 물론 영상 형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시제기 2호기까지 시험비행 중인 국산 KF-21 보라매, 지난 7월 말 진수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등에 장착됐다.
이 레이더는 향후 정찰위성인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이번에 개발한 것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확보하고 있는 첨단 기술이다.
한국이 KF-21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미국에 이 레이더 관련 기술 제공을 2010년대 중반부터 요청했으나, “핵심 기술 이전은 어렵다”며 계속 거부해 오랫동안 애를 먹었다.
당시 한국이 요청한 기술은 에이사 레이더를 전투기 주 컴퓨터에 통합시키는 기술 등 4가지였다.
우리 공군의 현재 주력 전투기인 F-15K, KF-16 등은 모두 비능동형 기계식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국내 기술진은 에이사 레이더의 자체 개발에 나서 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순수 국산기술로 시제품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를 KF-21 시제기에 탑재해 체계통합과 지상시험, 비행시험 등의 평가과정을 거쳐 2026년 체계개발 완료한다는 것이 방위사업청의 목표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반도체 칩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항공기 플랫폼에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 등은 과제로 남은 상태였다.
앞서 ETRI는 지난해에 X-대역 레이더 송·수신기용 전력증폭기 집적회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에는 X-대역 레이더 송·수신기용 질화갈륨(GaN) 스위치 집적회로 기술을 개발했었다.
ETRI는 앞으로 MMIC의 성능과 신뢰성, 수율을 높여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임종원 ETRI DMC융합연구단장은 “자체 설계 및 공정 기술로 세계적 수준의 X-대역 질화갈륨 단일 칩 제조에 성공했다”며 “국방기술 자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