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한국 법원이 8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여러 건 있으나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8월 청구 조정신청이 접수된 지 무려 7년 5개월 만이다.

법원은 증거와 자료, 변론의 취지를 종합할 때 피고의 불법 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이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했다고 판단했다.

일제 강점기 때 폭력과 속임수로 위안부로 차출돼 학대에 시달렸다는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법원은 2016년 1월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겼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공동행동 제공)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공동행동 제공)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어서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를 내세우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의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를 통해 배상 문제가 매듭지어졌기에 국가 간 합의를 지키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청구권 협정에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되고 2015년 합의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무시한 합의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토 관방장관은 “한국이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한국 측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으며, 항소할 생각도 없다는 뜻도 전했다.

외무성도 공식 자료를 내고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날 판결과 관련,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동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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