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내년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에서 야외기동 훈련 규모와 종목이 크게 확대된다.
국방부는 21일 이종섭 장관 주관으로 열린 올해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매년 전반기에 과거 독수리연습(FE) 수준으로 20여 개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내년에는 쌍용 연합상륙훈련 등 20여 개 한미연합훈련을 과거 독수리연습 수준으로 집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폐지됐던 독수리연습(FE)이 사실상 부활되는 셈이다.
독수리연습은 북한 특수 부대 등 비정규군이 후방 지역에 침투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공동으로 하는 연례 야외 실기동(FTX) 훈련이다.
이 훈련은 1994년 팀스피릿(TS) 훈련이 중단된 뒤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이 실제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기동해 전쟁 상황을 상정한 훈련으로 매년 3~4월에 실시했다.
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의 일부가 참가하기도 했던 독수리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3월 남북, 북미 회담 개최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키리졸브훈련과 함께 폐지됐다.
한미 해병대가 참가해 격년제로 실시해 온 쌍용훈련도 같이 중단됐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은 관련 전화 통화를 한 뒤 한미 국방부는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종료한다(conclude)’고 발표했었다.
한미 국방부는 대신 한미 연합지휘소연습(CCPT)과 축소한 야외기동훈련으로 바꾸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매년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연합지휘소훈련 중심으로 실시해왔다. 아울러 야외 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로 대폭 축소됐다.
내년 국방정책 핵심 과제 추진 방향을 논의한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는 ‘방위 국방태세 확립 및 대응역량 확충’, ‘국방혁신 4.0을 통한 첨단과학기술군 육성’, ‘한미 군사동맹의 도약적 발전 및 국방협력의 심화·확대’, ‘안전·투명·민군상생의 국방운영’, ‘미래세대에 부합하는 국방문화 조성’, ‘방위산업의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을 ‘6대 국방운영중점’으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과 그 능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더욱더 강화된 한미동맹 속에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이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한 실전적인 연습 시나리오를 개발해 전구급 연합연습 수행체계를 심화·발전시키고 내년 한미 연합훈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4년 창설 예정으로 한국형 3축 체계를 운용, 지휘할 전략사령부의 모체가 될 합동참모본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본부를 새해부터 가동한다.
군 당국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 핵·미사일에 대응한 ‘한국형 3축 체계’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내년부터 고위력·초정밀 타격 능력 향상을 위한 첨단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첨단 고위력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 Chia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를 말한다.
한미 군사동맹 발전 방향과 관련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과 상시 배치에 준하는 미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 확장억제 실행력의 실질적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아울러 곧 완성될 예정인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로 단계적 전환, 한국형 전력증강프로세스 정립,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 작전수행능력 강화를 추진한다.
방위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로 구성된 방위산업발전협의회의 참여 범위를 중소벤처기업부와 각 군까지 넓혀 국가 전략적 협의체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방산혁신기업과 국방우주 전문기업을 집중적인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군 당국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킬체인을 비롯해 한국형 3축 체계 복원에 나섰다. 지난 정부 때 폐지, 축소, 중단됐던 한미 연합훈련의 정상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날 회의에는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합참 등 각 군·관계 기관의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일부 지휘관들은 화상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