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봄 비밀리에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처음으로 만나 암살을 소재로 살벌한 농담을 주고받은 비화가 공개됐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이 “당신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을 건네자 “위원장님,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다”라고 간 크게 응수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오는 24일 발간 예정인 폼페이오 전 장관이 새로 쓴 회고록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의 일부 내용을 미리 입수해 17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국무장관 지명자 신분이기도 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지 작업과 사전 조율을 위해 당시 평양을 방문해  김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폭스뉴스’가 공개한 회고록 발췌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시 암살 관련 발언을 하기 전에 폼페이오 전 장관에게 “국장님, 나는 당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인사말 뒤에 바로 꺼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 관련 “나의 팀과 나는 이 순간을 준비했지만 ‘암살에 대한 농담’은 ‘그(김 위원장)가 인사할 때 할 수 있는 말’ 목록에 없었다”며 잠시 당황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나는 CIA의 국장이었기 때문에 그(김 위원장)의 ‘재치 있는 농담’(bon mot)은 의미가 통하기도 했다”며 “나는 내 스스로 약간의 유머를 섞어 다가가기로 했다”고 스스로 했던 대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 대화 이후 몇 초 만에 찍힌 사진에서 김정은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며 “그는 내가 농담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당시 방북 이유로 “내 목표는 북한의 대량살상 핵무기를 제거하지 못했고 실제로 현재의 고조된 위협으로 이어진 과거의 실패한 노력을 바로잡는 것이었다”며 “이 임무는 극소수에게만 알려진 완전한 비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당시 방북에 대해 “내가 계획했던 부활절 주말이 아니었다”며 “나의 비밀 임무는 2018년 3월 30일 ‘성금요일’에 앤드류 공군기지를 출발하면서 시작됐다”고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김 위원장과 말문트기를 서둘렀다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10월 4차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10월 4차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면서 “목적지는 북한 평양, 나는 그 곳의 가장 어두운 주민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지구상 가장 어두운 곳 중 한 곳으로 향했다”고 방북을 앞두고 긴장했던 감정을 토로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처음으로 만난 김 위원장의 인상에 대해 “이 작고 땀에 젖은 사악한 남자”라고 지칭하며 “대량 살해범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매력으로 서먹한 분위기를 깨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때 모두 4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첫 방북 이후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폼페이오 전 장관은 같은 해 5월 다시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고, 당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미국 송환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어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같은 해 7월 3차 방북을 했으나 김 위원장과 면담은 불발됐다.

폼페이오 전 장관의 4차 방북은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10월에 이뤄져 김 위원장과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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