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러시아가 한 달여만에 또다시 핵 전쟁을 위협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SNS 텔레그램을 통해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핵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핵보유국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주요 분쟁에서 절대 진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이날 언급은 스위스에서 열린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가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기로 결의한 데 대한 반발 차원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핵전쟁을 거론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 달여 만에 두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만약 핵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맨 처음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는 두 번째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며 핵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우리 영토가 (선제적) 핵 공격을 받으면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급격하게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달 5일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러시아 랴잔주 랴잔시, 사라토프주 옌겔스시의 군사 비행장 2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비행기 2대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튿날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달 10일에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고 “미국은 선제타격의 개념을 갖고 있고, 무장해제 타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자국 안보를 위한 미국의 이런 개념을 (러시아가) 채택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핵 전쟁을 이날 언급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의 연임 제한에 따른 공백기인 2008년 5월부터 2012년 5월까지 러시아 3대 대통령을 역임했고, 대통령을 물러난 직후부터 2020년 1월까지 11대 총리를 지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의 핵 독트린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며 “이는 분쟁이 유럽 안보에 좋지 않은 새로운 수준으로 격화하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크림반도 공격용 무기 지원 필요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남단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크림반도를 수복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우리 요구를 더 빨리 들어줄수록 우크라이나 국민도 자신의 정권이 시작한 이 비극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전쟁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와 관련 “러시아는 어떤 식으로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군 철수를 비롯한 10개 평화공식을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점령지 철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되레 비난전을 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