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자료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자료 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였던 정의용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31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정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국가안보실장 재임 때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통일부 등 안보 관련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한 위법 행위 여부에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은 2019년 11월 북한 어민 2명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해 강제 북송시키는 과정을 총괄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북한인권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이들 북한 어민 2명은 지난 2019년 11월 2일 북한 어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으로 남하하다 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나포 5일만에 경기도 파주 판문점을 통해 북송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 기관 책임자들이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들 어민들의 북송 방침을 미리 결정한 뒤 이에 맞춰 국정원 합동 조사를 일찍 끝내고, 관련 보고서 내용 일부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고 의심한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고 참석시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이들을 조기에 강제로 북송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제 북송하기 전에 탈북 어민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는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의 매뉴얼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이른바 ‘귀북(歸北) 의사’가 분명한 경우에만 북한으로 돌려 보내도록 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이런 의심과 관련 지난해 7월 “이들(탈북 어민)은 그냥 한두 명을 죽인 살인이 아닌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라며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 초청 목적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다”며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고 당시 북송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해 8월에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당시 청와대 관련 문건의 사본을 확보했다.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인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을 조사했다.

검찰이 이 사건 당시 북송 결정의 정점에 있었던 정 전 실장의 소환 조사에 나선 것은 관련 수사의 마무리 단계로 보인다.

저작권자 © 국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