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양기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안 장관의 취임사 중 ‘12·3 불법 계엄’ 발언을 빼고 보도한 국방일보와 국방홍보원에 대해 기강 확립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주무부서 장관에게 공개석상에서, 그것도 국무회의 자리에서 특정 기관을 지목하며 기강을 잡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의 첫 국무회의 참석 인사말을 들은 뒤 “장관님은, 국방홍보원 국방일보에서 장관님 취임사를 편집해 주요 핵심 메시지를 빼버렸다는데 기강을 잘 잡으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방부 장관이 한 취임사를 편집해서 내란 언급은 싹 빼버렸다고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홍보원에서 발행하는 국방일보가 안 장관 취임사 가운데 ‘12·3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누락하는 등 의도적으로 편집한 의혹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일보는 28일자 안 장관 취임 소식을 다룬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강군 육성에 진력’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안 장관이 제51대 국방부 장관 취임식에서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기반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신뢰와 소통, 강력한 힘의 완성을 통해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강군’을 육성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핵심 요지로 보도했다.
논란의 발단은 안 장관의 취임사 가운데 “우리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복합적인 안보 위기에 대응할 시간을 허비했다”, “오히려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군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신뢰와 군복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등 ‘12·3 불법 계엄’ 관련 발언이 모두 빠진 채 보도됐다는 점이다.
안 장관은 취임사에서 ‘12·3 비상계엄’의 불법성과 국가와 군에 끼친 해악을 수차례 언급하고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으나, 국방일보가 이를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이다.
이는 대부분 언론이 안 장관의 취임을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군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신뢰와 군복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를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전한 것과는 결이 다른 보도다.
이 때문에 국방홍보원 산하 국방일보가 의도적으로 안 장관의 관련 발언을 편집해 사실상 폄훼한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도 있었다.
이번 국방신문의 ‘의도적’ 편집 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한 채일 국방홍보원장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일보를 발행하는 국방홍보원의 채일 원장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담화 내용을 다음날인 13일자 국방일보 1면과 2면에 보도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보도는 ‘계엄 정당성 및 옹호’를 강조한 윤 전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만 전달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반대 시각은 전혀 다루지 않아 편향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채 원장이 지난달 9일자 국방일보 1면에 배치했던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양국 정상 통화 기사를 신문 발행 직전 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채 원장이 ‘한국 대통령실만 이 사실을 발표했고 미국 쪽 공식 발표가 없다’며 한미 정상 간 통화 기사를 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일보 내부에서는 채 원장의 기사 삭제 지시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일부 극우 유튜버의 의혹 제기를 근거로 이뤄졌다는 말이 돌았다.
채 원장은 정치적 편향 의혹,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인사 보복 등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공익신고가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감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원장은 한국방송공사(KBS) 기자 출신으로, 2022년 20대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로 활동했으며 2023년 5월 국방홍보원장에 임명됐다. 채 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9개월가량 남아 있다.
국방홍보원 감사와 관련해 이경호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이고 언제까지 진행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감사 내용은 제보 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본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직무대리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에 대해선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방홍보원의 기강 확립 지시를 받은 안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2·3 불법 계엄으로 인해 군심이 흩어져 있다”며 “군심을 바로잡고 국민의 군대로 재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고 우리 군의 개혁을 확실히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대가리 쳐 숙이고 훈련이나 더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