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9월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공연한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며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9월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공연한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며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해 남북 간 대화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남북 정상 간 친서나 특사 교환 등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남북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부부장이 언급한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통신연락선 재가동 등 소통 채널 복원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면서도 문 대통령의 임기 내 개최를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대화 의지를 강조한 김 부부장의 25일 담화 발표에도 이날까지 이틀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가 2주 만에 가동 중단되는 등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거울삼아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종전선언’ 제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인 만큼 장밋빛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리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자세로 확실한 것부터 차근차근 이루어가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표면상의 신중론과 별개로 청와대 물밑에서는 꽉 막혀있던 남북미 대화의 물꼬를 이번 기회에 다시 열고 남북정상회담까지 가보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한 번, 김 부부장이 두 번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의 반응이 나오고, 특히 담화가 거듭될수록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강해지는 점 등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종전선언 등 남북대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가운데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비핵화의 진전과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미 정부의 태도 변화도 남북 화해 분위기에 우호적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만간 남북 간 구체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김 부부장이 ‘개인적 견해’임을 못 박긴 했지만,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는 물론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해 문 대통령 임기 말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적대적 언행을 경계하면서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남북 소통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앞서 김 부부장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 발표 이후 남한 정치권을 주시했다면서 “경색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남한)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현존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과 가능한 군사적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남조선식 대조선(대북)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조선은 미국을 본떠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 주장을 내들고 한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또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지난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인 24일 담화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대남·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 남북관계 개선 신호를 보낸 것은,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를 매개로 남북 간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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