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K9자주포가 ‘명품’으로 평가되면서 세계 자주포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에서 1700여 문이 운용 중인 K9 자주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이집트 및 호주 수출을 계기로 더 가파르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K9 자주포는 2017년 기준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48%를 기록하며 ‘K-방산’의 수출을 통한 르네상스를 열어가고 있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중동·아프리카 무기 수입 시장 큰손인 이집트와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의 패키지 수출 계약을 지난달 말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현지 매체인 ‘알 와탄’은 이집트 군수차관인 모하메드 살라 멜딘과 인터뷰에서 한화디펜스와 이집트 정부가 11월 29일(현지시간) 이집트 현지 생산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억 달러(한화 약 2조74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이집트는 한국과 해외 6개국을 포함해 여덟 번째 K9 자주포 운용국가가 된다.
세계 3위의 무기수입국인 이집트에 대한 K9 자주포 수출은 지난 2005년부터 추진돼왔으며, 성사 시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지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현지 생산을 통해 최소 수십 문에서 최대 100문의 자주포 수출이 기대된다.
지난해 9월에는 호주 자주포 도입 사업의 우선공급자로 선정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호주 정부와 도입 협상을 진행 중인 호주형 자주포 AS9, 일병 ‘헌츠맨(Huntsman)’ 사업도 빠르면 12월 중 계약 체결될 것으로 전해졌다. 1조원 규모에 이르는 이 사업은 호주 정부와 제안서 평가 및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한 뒤 양산 계약 체결 예정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가 세계 방산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는 것은 우선 탁월한 가성비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성능인 PzH 2000과 어깨를 견주는 고성능인데도 가격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탁월한 ‘가성비’ 때문에 유럽 선진국은 물론 주요 신흥국들도 잇따라 K9 자주포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및 전 세계 주요국에서 총 1700여대가 운용되고 있다. 우리 군은 1100여대를 운용 중이다.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에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생산 방식으로 첫 수출에 성공한 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으로 수출 전선을 넓혔다. 터키 350문, 폴란드 120문, 인도 100문, 핀란드 48문, 노르웨이 24문, 에스토니아 12문 등이다.
K9 자주포는 2000~2017년까지 세계 자주포시장의 48%를 점유하고 있다. 독일 PzH 2000의 수출 규모는 189문, 프랑스 카이사르는 175문, 중국 PLZ-45는 128문으로 K9 자주포 수출 대수에 훨씬 못미친다.
한화디펜스는 완제품 납품과 기술이전, 현지 생산 방식 등 나라별 맞춤형 수출을 추진해 왔다.
인도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가 10년 동안 개발한 K9 자주포가 수출돼 운영되고 있다.
인도에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한 현지 생산 방식 채택했다. 처음에 10문만 국내 생산해 수출했고, 90문은 기술 지원을 통해 인도 현지에서 생산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기갑전력을 대폭 강화하는 중인 폴란드는 그동안 운용 중인 소련제 기갑 장비를 대체하기 위해 K9 자주포 차대를 도입해 자국에서 포탑을 얹는 방식으로 ‘크랩’ 자주포를 전력화시켰다.
에스토니아에는 지난해 K9 자주포 18문을 수출해 운용 중이며 추가로 6문을 더 수출한다. K9 자주포 24문에 대해 성능 개량을 통한 현대화 사업도 진행한다.
한화디펜스는 에스토니아에 수출한 K9 자주포 24문에 대한 성능 업그레이드 계약을 지난 8월 체결했다. 현지 전장 환경에 맞게 개조해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개조된 자주포는 2024년에 인도된다.
핀란드에는 예산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지난 2017년 중고 K9 자주포 48문을 수출했다. 핀란드는 지난 11월 K9 자주포 10문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한화디펜스에 전달했다.
핀란드 외에도 K9 자주포를 추가 구매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현재 K9 자주포 100문을 운용 중인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에 대비해 ‘50문 추가 구매설’도 나온다. 고무궤도를 장착해 소음이 적고 기동성이 뛰어난 개량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차 대전 당시 옛 소련의 침공을 당했던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평야지대로 이뤄진 지형 특성상 전차 등 기갑전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 일환으로 K9 자주포 추가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자주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방어용 무기인 자주포를 통해 전쟁 억지력을 높이려는 국가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K9 자주포 수출에 긍정적이다.
한화디펜스는 영국과 미국 등 방산 선진국에도 K9 자주포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이 포병용 차세대 자주포 116문을 도입하는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한화디펜스는 영국군이 2029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자주포획득사업(MFP)에서 정보요구서(RFI) 단계 3차에 걸쳐 K9 자주포 개량형 ‘K9A2’ 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내년에 MFP에 대한 제안요청서(RFP)를 공식 발행할 예정이며, 2025년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투입되는 예산은 10년간 1조3000억원 규모다,
한화디펜스는 ‘K9A2’의 영국 수출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하에 각종 성능시험을 진행 중이다.
특별히 정치적인 고려나 이변이 없는 한 경쟁에 참여한 독일과 스웨덴의 자주포를 제치고 영국군의 차세대 자주포로 선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화디펜스는 미국 육군의 차세대 유·무인복합 운용 보병전투장갑차(OMFV) 관련 사업에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10월 11일~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인 연례방산전시회 ‘AUSA 2021’에 참가해 K9 자주포 실물 등 첨단 지상 전투 장비를 소개했다.
한화디펜스는 ▲최신형 K9A2 개발 현황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의 연계 개념 ▲K9 개발 로드맵 등 K9 자주포의 진화적 성능과 개발 역량을 선보였다.
미 육군은 자주포 현대화 사업으로 사거리 연장 및 구경 증대, 자동화 및 발사속도 향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는 “AUSA 2021 전시회는 한화디펜스의 선진화된 방산 기술력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줄 기회”라며 “K9 자주포와 레드백 등 한화디펜스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해 방위산업의 본산인 미국 시장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