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의 진로지도 및 직업탐색을 위해 운영하는 하나원 직업교육관 전경. (사진=통일부 제공)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의 진로지도 및 직업탐색을 위해 운영하는 하나원 직업교육관 전경. (사진=통일부 제공)

[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새해 첫날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점프귀순’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으로 밝혀지면서 경찰 등 관계 당국의 탈북민 보호·관리 허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넘어왔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민이 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남한으로 탈북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입북자는 총 30명으로 집계됐다. 해외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탈북민도 2019년 한 해에만 771명이나 됐다.

그러나 이는 북한 매체 보도나 추가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수치여서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민들은 경제적 풍요와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했지만,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고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입국 탈북민 중 상당수가 사회의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월북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남한에서 겪는 생활고도 남한을 이탈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탈북민 실업률은 2015년 4.8%에서 2018년 6.9%으로 상승세다. 2019년 기준 일반 국민의 실업률(3.0%)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탈북민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일반 국민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4.1%)보다 훨씬 높았다.

이번에 동부전선을 통해 월북한 탈북민도 청소용역 등의 일을 하며 생활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씨가 북으로 돌아간 결정적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사회부적응 문제였다.

그는 2020년 11월 같은 곳 철책을 넘어 귀순 후 서울에서 청소용역원으로 일했으나, “고향이 그립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중국, 러시아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달라” 등 주변에 재입북을 암시하는 말을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신변보호 관할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런 정황에 대해 상급기관인 경찰청에 몇 차례 보고했으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은 국내 입국 후 하나원에서 12주간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거주지 전입 후 5년간 신변보호 담당관의 보호를 받는다. 국내 정착 이후 5년 동안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법률에 정해진 지원을 받도록 명시돼 있다.

지자체의 탈북민 거주지 보호 담당관은 각종 행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찰 신변 보호 담당관은 신변 안전에 대한 상담을 실시한다.

이번에 월북한 탈북민도 신변보호 대상이었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루트로 자주 이용되는 중국·러시아 여행에 대해 문의하는 등 사전 동향이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셈이 됐다.

신변보호는 경찰이 담당하는데 통상 경찰 1명이 30명 안팎의 탈북민을 관리하다 보니 일일이 신경 쓰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지난해 기준 북한이탈주민 3만3752명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경찰 신분의 신변보호담당관은 881명으로 나타났다. 경찰 한 명이 38명의 탈북민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탈북민 정착 지원 제도와 하나원·하나센터 운영 등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관련 인력은 111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초기 정착을 돕는 하나원의 인력 97명을 제외하면, 국내 정착 이후 과정을 관리하는 직원 수는 인도협력국 정착지원과 14명에 불과하다.

이번 사례처럼 탈북 후 국내 정착 초기 단계의 탈북민에 대해서는 보다 촘촘한 보호와 신변 관리가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만 명을 웃도는 탈북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통일부가 아닌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갖춘 행정안전부 등에서 탈북민 관리 업무를 맞는 것도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 간 갈등 소지가 다분한 탈북민 관리 업무를 통일부가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국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