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후보지로 충남과 평택 등을 거론하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월 30일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어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전 비대위원)은 “수도권에 배치한다면 수도권에 사는 우리 국민이 불편해할 수 있다”며 “평택 미군 기지 내부에 설치할 수 있고 육군본부나 해군본부, 공군본부가 같이 있는 충남 계룡에도 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육군훈련소가 있는 충남 논산에 배치하게 되면 수도권을 포함한 남한지역 전체를 방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방송3사 주관으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사드 추가 배치 지역을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경상도지만 (성주에서) 조금 더 당겨오든 위치는 군사적으로 정할 문제”라며 특정 지역을 거론했다.
이에 사드 추가 배치 지역으로 언급된 지역의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지난 3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원도에 ‘사드’를 배치해? 누구맘대로?”라며 “원전도 다시 강원도에 짓겠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선대위는 4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지역과 관련한 강원도 언급에 대해 “윤 후보는 연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며 사죄를 요구했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도종환, 김종민, 강훈식, 문진석 등 민주당 의원 17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이 사드 추가 배치 후보지로 충청을 거론했다”며 “충청도민께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면서 충청권 사드 배치 계획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수도권 국민이 사드 때문에 불편해할 수 있으니 충청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에겐 수도권 국민만 국민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청의 아들이라던 윤석열 후보가 충청에 준 명절 선물이 사드냐며 (충청도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충남도당 인사들은 “충청의 아들을 자처했던 윤 후보가 충청에 내놓은 명절 선물이 사드 배치냐”면서 “지역 차별을 조장해 이득을 챙기려는 정략적인 정치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의 즉각적인 철회 및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3일 충남도청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윤 후보의 사드 포대 추가 배치 공약은 한반도를 긴장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이어서 분명히 반대한다”며 “추가 배치 지역은 수도권 주민이 불편해할 수 있으니 평택 미군 기지나 계룡대의 삼군 본부에 배치하겠다는 국민의힘 당직자의 발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 지사는 “수도권 주민만 국민이고 비수도권의 국민은 국민이 아니라는 이야기인지, 수도권의 국민은 편안해야 하고 비수도권의 국민은 편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말”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추가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신중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전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상생통일충남연대는 이날 국민의힘 충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충남을 지목한 것에 분노할 뿐 아니라 사드 추가 배치 자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드 추가 배치론은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한국경제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된 경기도 평택을 중심으로 화성, 오산, 안성 등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은 수도권이 아니라는 발상도 놀랍지만 사드 배치 지역을 마치 게임하듯 언급하고 있다”면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시민 생명이나 불편을 가볍게 취급하는 사고가 무지에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윤석열 후보는 사드가 어떤 방어능력을 가진 무기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군사·기술적으로도 북한이 다량 보유하고 있는 저고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에는 효과가 제한적인 사드로 수도권 방어를 하겠다는 발상에 놀랄 뿐이며,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신중한 고민과 여과 과정 없이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만으로 공약을 던지는 무책임한 태도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평택시는 그간 캠프 험프리스, K-55 오산공군기지, 해군 제2함대, 공군작전사령부 등 국가 안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은 국가를 위해 수십 년간 큰 희생을 감내해오고 있다”며 “다시는 평택시민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며 ‘사드 추가 배치’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의 철회를 요구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한 라디오에 출연,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요즘 하는 말을 보면 꼭 귀신 들린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노 전 실장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이미 한미 간에 합의된 내용이 있다. 사드 추가 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한미 간 합의는) 2017년 10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밝힌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