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대표를 비롯한 Fed 인사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발언하면 국내언론은 이를 보도하기에 바쁘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총재가 금리 등 통화정책을 직접 결정하지 않고 별도의 통화정책 위원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차원이다.

FOMC는 중앙은행 시스템 Fed를 구성하는 기구로 상부기관 Board의 위원 7인, 집행기관 연방준비은행의 대표 5인 총 12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FOMC는 법에서 상부기관인 Board가 운영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Board 위원장(기관의 대표)이 FOMC 의장(회의체의 대표)이 되어 회의를 소집한다. Board는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7명 전원이 FOMC 위원이 된다.

12개 연방준비은행 중 5명의 대표가 위원이 되는데, 뉴욕 연방준비은행 대표만 당연직으로 부의장이 되며 나머지는 교차적으로 위원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법에 따라 12개 연방준비은행 대표들이 모두 FOMC 회의에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할 수 있지만, 이 중 공식적인 위원은 5명뿐이며 이들만이 정책결정 안건에 대한 투표권을 갖는다.

FOMC 회의는 워싱턴 DC에 있는 Board 건물 내 FOMC 회의실에서 열린다. 물론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온라인으로 열리기도 했다.

Board가 회의자료, 보도자료, 회의록 등을 포함해 모든 문서를 작성하고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많은 Board 간부들이 회의에 직접 배석해 보좌하고 있다. 즉, Board 직원들이 FOMC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Board 위원장이며 FOMC 의장인 Fed 위원장(Fed 총괄 대표)이 Board 기자실에서 FOMC 회의결과를 브리핑한다. 회의결과 보도자료, 회의록 등 여러 보고서와 자료들은 Board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참고로 언론 등에서 관행적으로 Board를 Fed라고 부르기도 하며,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역명을 앞에 붙여 New York Fed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FOMC 위원 분포와 업무 체계를 고려할 때 Board가 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에 정책 결정기구로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Federal Reserve Act는 ‘FOMC 회의는 워싱턴 DC에서 개최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별개의 독립적 기구로 간주된다. 하지만 FOMC 운영체계를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처럼 Board에 FOMC를 두고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미국 언론은 FOMC 회의에서 Board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투표하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연방준비은행 5명의 대표만이 투표권이 있지만, 12명의 대표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투표권이 있고 없음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Board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Board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Board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보좌하고 있어 Board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최근 Board 위원 2명이 사임해 현재 Board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4명으로 3명이 공석인 상태다.

국내언론이 미국의 금리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해 보도하면서 연방준비은행 대표(언론은 ‘총재’라고 부른다)들의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그들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투표권도 없는 연방준비은행 대표를 ‘총재’라는 직함으로 보도하고, 상부기관이며 정부기관인 Board의 위원은 공식 직함이 governor임에도 일반 회사에서나 부르는 ‘이사’라는 잘못된 직함으로 보도해 그 지위가 주는 무게감이나 영향력이 왜곡되기도 한다.

한편 FOMC 위원이 17명이라고 보도하는 언론도 있는데, 이는 오해다. 아마 당시 회의에 Board가 5명, 연방준비은행 대표 12명 총 17명이 참석한 것인데 이들을 모두 FOMC 위원으로 착각한 것이다.

Fed가 이들 모두를 지칭할 때, 예를 들어 FOMC 회의 후 경제 및 금리전망 점도표를 발표할 때는 FOMC 위원이라고 하지 않고 FOMC 참석자(participants)라는 표현을 쓴다.

참고로, FOMC에서 결정하는 금리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다. 이는 각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예금수취기관의 예치금을 다른 예금수취기관에 빌려줄 때 적용되는 초단기 목표금리(target rate)를 의미하며, 이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통화정책 수단이다.

다른 통화정책 수단인 예금수취기관에 대한 연방준비은행 대출금리(discount rate)는 연방준비은행이 Board의 승인을 받아 정하며, 지급준비율(reserve requirement ratio)과 지준예치금 금리(interest rate on reserve balances)는 Board가 직접 결정한다.

이렇듯 Board가 두 가지 통화정책 수단은 직접 관장하고 FOMC 또한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있어, Board가 통화정책의 컨트롤타워이며 중앙은행 본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미국 달러에 대한 오해와 왜곡 또한 대중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많은 사람이 달러는 민간기관인 연방준비은행이 발행한다고 알고 있다. 공영방송 다큐멘터리에서까지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Federal Reserve Act는 상부기관이며 정부기관인 Board에게 달러를 발행(issue)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중앙은행 지하 금고에 쌓여 있는 돈은 엄격히 말해 돈이 아니다. 화폐가 발행된다는 것은 중앙은행 금고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 즉 중앙은행 문턱을 넘어 민간으로 나와야 진짜 돈이 된다는 의미다.

Board가 달러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연방준비은행은 단지 발행된 달러를 공급하는 채널(distribute through, issue through)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본사가 물품을 구매하여 지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국채를 사고팔면서 돈을 풀고 회수하는 공개시장조작 규모는 FOMC에서 결정하지만, 화폐 발행은 법상 Board의 권한이다.

연방준비은행 명의가 찍힌 1달러짜리 지폐를 보여주면서 연방준비은행이 달러를 발행한다고 보도하거나 설명하기도 한다. 법률과 실상을 확인하지 않고 음모론에 경도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현재 1달러와 2달러를 제외한 모든 지폐는 왼쪽에 Federal Reserve System, 오른쪽에 Department of Treasury(재무부) 명의로 발행된다. 1달러와 2달러짜리는 Federal Reserve System 대신 관할 연방준비은행 명칭이 찍혀 있는데, 이는 역사적 전통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러의 발행은 법상으로나 관리상으로나 Board의 권한이며 연방준비은행을 통해서 공급될 뿐이다.

달러 인쇄는 우리나라 조폐공사와 같은 재무부 소속기관(Bureau of the Engraving and Printing)에서 담당한다. 달러 인쇄 및 발행 비용은 매년 Board가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징수해 재무부 소속기관에 납부한다.

뇌과학자로 유명한 김대식 교수는 최근 발간한 ‘김대식의 키워드’(2021)라는 책자에서 인간의 뇌는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기관이 부실이 생겨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중앙은행은 헬리콥터로 달러를 살포하고 그들은 살아나서 승승장구한다.

때마침 중국인 쑹훙빙은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에서 미국 중앙은행이 민간기관이며 월가 금융기관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해 많은 오해와 왜곡을 낳고 음모론이 전파되었다.

더 나아가 몇몇 유명한 Fed 위원장이 유대인 출신이라면서 유대인이 미국 중앙은행을 장악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국내 관계기관이나 언론은 아직도 일제 잔재인 부적합한 명칭이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고 여러 책자나 자료, 인터넷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많은 오해와 왜곡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관련 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제에 미국 중앙은행 시스템에 대해 일제 잔재인 부적합한 용어를 일소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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