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고 적대정책 철회를 다시 요구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충실한 남북관계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또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핵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공식화하고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한 새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9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지난 사흘간(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북한)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남한을 향해서는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문재인 대통령)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안해 온 남북협력과 관련해서는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고성항 부두에 있는 해금강호텔을 비롯한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내(겠다)”면서 금강산 독자개발 방침도 다시 확인했다.
해금강 호텔과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 온정각, 이산가족면회소, 문화회관 등은 남측 기업과 정부 소유 시설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관계 개선의 여지를 열어뒀다.
북한은 국방력을 과시하면서 핵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새로운 핵 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며 “신형 탄도 로켓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탄두개발 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서는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한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방위력이 적대세력의 위협을 영토 밖에서 선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면서도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을 확언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경제와 관련해서는 성과 미진을 인정하면서 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춘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주요 경제부문을 추켜세우기 위해 예견했던 국가적 투자들과 보장사업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면서 ‘야만적인 제재 봉쇄’, ‘혹심한 자연재해’, ‘세계적인 보건 위기 장기화’ 등을 경제 장애 요소로 꼽았다.
그는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면서 기존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평양에 올해부터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주택 건설, 검덕지구에 2만5000 세대 건설, 시멘트 800만t 생산 등 세 가지를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