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자료 사진=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자료 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 1대가 서울 용산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빨라도 지난 2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취재진과 만나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이후 군 당국의 분석 및 대응 과정을 설명하면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2일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일부를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비태세검열실은 1차 조사결과를 김승겸 합참의장에게 보고 이후 2일 재조사에 들어갔다.

P-73 비행금지구역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3.7㎞에 걸쳐 원형으로 설정돼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군 당국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부터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과 레이더 전문 평가단을 포함한 검열관 20여명이 관련 부대들의 상황 조치를 바탕으로 정밀한 항적 조사를 위한 검열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검열관은 그때까지 식별하지 못한 ‘정체불명의 항적’ 하나가 비행금지구역 북쪽 일부를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비태세검열실장에게 보고했다.

전비태세검열실장은 이 보고를 받은 후 지난 1일 김 합참의장에게 이 내용을 포함해 그때까지의 조사 결과를 처음으로 보고했다.

김 의장은 보고를 받은 즉시 정확한 확인을 위해 추가 보완조사를 지시해 현장 재조사가 지난 2일 실시됐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자료=국방부 제공)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자료=국방부 제공)

합참은 재조사 결과까지 포함된 전비태세검열실의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3일 최종 결론을 내렸고, 이 내용은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김 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1월 1일까지는 (P-73)북쪽 일부를 지나간 미상 항적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야당 등 정치권과 일각에서 1월 1일 이전에 P-73 침범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과 관련 군이 그때까지 북한 무인기의 정확한 항적을 식별하지 못한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 “은폐하거나 허위로 설명해 드린 부분은 없다”며 "과정상 부족함은 있었지만,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사실대로 말하려고 해왔다”고 강조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달 16일 중부전선 육군 제5군단 사령부를 방문해 지휘관들로부터 대비태세 현황을 보고받은 뒤 전방을 찾아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합참 제공)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달 16일 중부전선 육군 제5군단 사령부를 방문해 지휘관들로부터 대비태세 현황을 보고받은 뒤 전방을 찾아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합참 제공)

합참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경로만으로도 P-73 침범 가능성을 알 수 있다는 야당 등의 지적과 관련 “그 경로는 보고된 사항을 종합해서 그때까지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그렸다”며 “(이후 검열로) 추가로 확인된 항적은 그보다 조금 더 (P-73 북쪽까지) 내려왔다”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 당국은 또 대통령실 이전으로 P-73 구역이 축소돼 이번 사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 있을 때 P-73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3.7㎞의 A구역, 4.6㎞의 B구역 등 총 8.3㎞ 반경에 걸쳐 설정됐다.

P-73은 그 후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이 서울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3.7㎞ 반경으로 변경됐고, B구역은 폐지됐다.

합참 관계자는 이와 관련 “B구역은 ‘버퍼존’(완충지대)이며, 그 선(B구역)을 없앰으로써 (작전이)더 강력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작전 요원에게 작전적 자유를 부여해줬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따라 놓친 사건이라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아울러 “비행금지구역(P-73)을 옮기면서 방공자산은 그대로 뒀고, 축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합참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5대의 항적도.(자료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합참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5대의 항적도.(자료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군 당국은 아울러 P-73 구역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1대가 현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과 관련 “거리와 고도, 적들의 능력을 고려할 때 여전히 촬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견지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와 관련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정원도 저희와 같은 입장으로 보고했다고 알고 있고, 나중에 어디에 방점을 두고 말했느냐의 차이”라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은 없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을) 촬영했더라도 유의미한 정보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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