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조구현 기자] 군 당국이 예비군 훈련이나 동원훈련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국민에 대해 법적인 보호는 하지 않으면서도 훈련에 불참한 국민에 대해서는 무더기로 형사고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일반 예비군 불참자 사유로 고발한 건수가 1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이 동원훈련 불참자를 고발한 건수는 약 600건에 이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뒤 전역한 국민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체계를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예비군 훈련 불참 이유로 고발 만능으로 대응하는 군 당국의 ‘행정 지상주의’ 업무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군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들어 지난달 초까지 일반 예비군 훈련 불참 사유로 968건을 고발했다.
국방부는 지난해에도 일반 예비군 훈련 불참 이유로 3074건을 형사 고발했다. 지난 2019년 9214건으로 1만 건에 육박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예비군 훈련이 대폭 축소된 2020년에는 117건, 2021년 38건으로 집계됐다.
병무청이 동원훈련을 불참한 국민을 형사 고발한 건수는 올해 들어 5월 말 기준 576명, 지난해 2342명에 이른다.
병무청은 코로나19로 야외 동원훈련을 하지 않은 2020년과 2021년 두 해 동안은 고발을 하지 않았으나 그 이전인 2019년에는 3250명의 국민을 형사 고발했다.
형사고발의 경우 과태료만 내면 되는 행정처분과 달리 벌금형이 부과되고 전과 기록도 남아 전과자가 된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예비군 훈련 불참 국민에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반면에 예비군 훈련 및 동원훈련 참석자들에게 불이익을 준 기업이나 학교를 고발한 사례는 지난 5년간 전무했다.
국방부는 ‘최근 5년 동안 예비군 훈련 참가 시 불이익을 주는 기업, 학교를 고발한 사례가 있느냐’는 설훈 의원실의 질의에 “없다”라고 답했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예비군 훈련 불참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온 반면에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느라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을 예방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행 병역법과 예비군법은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조항도 두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훈련 참가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예방을 위해 교육부, 전국 대학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예비군 훈련 참가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관계부처 간 협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예비군 훈련 참여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호’ 당정협의회를 갖고 예비군 훈련으로 대학 수업에 결석했을 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고등교육법 등 관련법의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일부 대학에서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출결 점수를 깎는 등 불이익을 준 사례가 나오자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불이익 처분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예비군 훈련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하고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며 “2학기 시작 전에 (관련 대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청년들이 더는 억울하거나 허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또 올해 말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학칙 개정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학생 예비군과 관련한 학사 운영 실적 등을 교육부 대학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이에 정부는 예비군 학습권 보장이 학칙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학에 학칙 개정을 권고하고, 시행령 개정 이후 위법이 발견되면 고발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다음 달 중으로 입법 예고한 뒤 대학에 올해 2학기 시작 전까지 학칙을 개정하라고 안내할 계획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협의회에서 “학생 예비군들이 안심하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관계부처, 지자체의 통합된 노력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