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024년도 제2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024년도 제2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국방신문=양기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하고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법률안 재의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8번째이며,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수로는 15번째다.

‘채상병 특검법’이 정부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한 미국 방문 중임에도 서둘러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이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해하며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위헌적 법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통령실은 공지에서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하고, 채 상병이 소속됐던 포병여단장 포함 현장지휘관 6명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또다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국회는 다시 재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표결을 하는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

앞서 국회는 지난 4일 오후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 채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한 바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제21대 국회 막판에 야당의 단독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5월 28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이 무산돼 폐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같은 달 30일 제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을 수정·재발의했고, 발의 22일 만에 법사위를 통과시켜 본회의에 회부해 지난 4일 다시 의결했다.

재발의돼 국회를 통과한 제22대 국회 채상병 특검법은 제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특검법보다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안건을 심의, 의결하고 윤 대통령에게 재가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과 의회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한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면서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특별검사) 미임명 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했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으며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기간 등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또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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