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의 두 번째 5000톤급(최현함급) 신형 구축함이 21일 진수식 도중 물에 뜨지 못하고 함정 하부가 파손되는 사고를 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진수한 ‘최현함’과 동급 함정으로 추정되는 이번 구축함 진수식을 참관하다 사고를 직접 목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격노’하고 엄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서 진행된 5000톤급 구축함 진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통신은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됐으며 함수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함정의 진수식은 받침대를 옆으로 밀어서 바다에 띄우는 ‘측면 진수‘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균형을 못 맞춰 함미부분 받침대가 빠져서 함정이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참석한 중요 행사에서 사고가 난 사실을 공개 보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사고를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엄중히 평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켰다”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 등 관련 조직과 청진조선소 관계자들의 과오를 내달 소집되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취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고 관련자들의 문책을 지시했다.
사고가 난 5000톤급 신형 구축함은 북한이 해군력 증강사업의 핵심 전력으로 선전하는 최신 함정으로, 지난 4월 25일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진수한 ‘최현함’과 동급으로 추정된다. 최현함은 각종 함정 발사 미사일과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췄다고 북한은 주장해 왔다.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동해안의 청진조선소에서 사고가 난 함정을 건조해왔으며, 함정 길이는 약 117m, 폭은 16m로 추정된다.
이날 최현함급 두 번째 최신 구축함이 동해안 청진조선소에서 진수 과정에 사고를 냄에 따라 서해와 동해에서 동시에 신형 구축함을 운영하려던 북한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첫 5000톤급 구축함을 진수하면서 이를 동해함대에 배치해 동해함대를 중심으로 ‘원양함대’를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월 건조한 첫 5000톤급 구축함을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건조한 만큼, 동급의 새 구축함을 동해에 배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원양함대는 여러 척의 구축함과 작전 수행에 필요한 지원함으로 구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