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미국의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사진=외교부 제공)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미국의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사진=외교부 제공)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한미 양국이 원칙적 합의에 도달한 가운데 ‘13% 인상·다년 계약’ 외에 어떤 조건들이 ‘플러스α’로 추가됐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8일 “양측은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대외 발표 및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도 분담금 총액, 인상률, 협정 기간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 미국 양측이 첫해 한국의 분담금을 13% 인상하고, 2025년까지 협정을 유지하는 다년 계약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CNN은 합의 내용에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와 특정 군사장비를 한국이 구매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핵심 쟁점인 분담금 총액, 연간 인상률, 협정 기간, SMA 제도 개선 등에서 한미 양국이 ‘주고받기’ 하면서 추가적인 무기 구매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 방위비 인상률 13%와 다년 계약

한미 양국은 한국이 마지노선이라고 밝힌 ‘13% 인상안’을 받아들이되, 매년 협정 갱신을 통해 분담금을 올리기보다는 동맹의 안정성을 위해 ‘다년 계약’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은 한미가 지난해 3월 잠정 합의했던 내용이다.

당시 양국 외교장관이 이 안을 승인했지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따라서 양측은 바이든 정부 들어 협상을 재개하면서 이미 공감대를 이뤘던 ‘13% 인상안’을 바탕으로 최종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분담금 ‘13% 인상’은 금액으로 1350억원에 이르며 역대 최대의 인상 폭이다.

또 우리 정부가 2019년 11차 SMA 협상이 처음 시작됐을 때 제시한 ‘4%안(416억원)’에 비하면 1000억원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이번 11차 협상 타결로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1조1740억원에 이른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은 지난 2010년 7904억원에서 2018년 9602억원으로 늘었으며, 협정 유효기간이 종료된 2019년에는 8.9% 인상하면서 총 분담금이 1조389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1조원대에 진입했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처음 분담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모두 10차례의 SMA가 체결된 가운데 분담금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1993년이다. 당시 인상률이 29.8%였지만 전년도 분담금이 1.8억달러(약 2000억원)로 현재 분담금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2019년 협상 초기 당시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4% 인상안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같은 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은 “한국에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며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떠났다.

이때 미국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이유가 한국 측이 4% 인상안을 내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4%’는 2014~2018년 적용됐던 9차 SMA 합의에서 나왔던 수치다. 이 협정에서 양국은 첫해 9200억원 분담금을 시작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하되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

협상 초기 정부가 4% 인상안을 냈다는 설도 이 기준에 기초해 4% 인상안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에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미국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에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미국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 ‘총액형→소요형’ 제도 개선 합의 소식 ‘감감’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제도적 측면도 논의하고 있다”며 “특별협정을 운용해가기 위한 세부적인 또는 수정 사항에 대한 논의를 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적으로 분담금 결정방식을 지금의 총액형에서 일본처럼 소요형으로 바꾸는 것이 한국 측 협상팀의 오랜 목표였다.

현재 미국과 특별협정 형태로 방위비를 분담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한국은 분담금 결정 방식이 총액형인 반면, 일본은 소요형이다.

한국이 총액을 미리 정해놓고 어떤 사업에 쓸지 정한다면, 일본은 사업을 선정한 뒤 쓸 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소요형을 채택한다고 해서 한국 측 분담금이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으나 사용처를 보다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또한 미군이 받아가고도 쓰지 않고 쌓아두는 미집행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수년에 걸쳐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전환을 미국 측에 요구해왔지만, 이번 협상에서도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 무기 구매 등 플러스(+) 알파 '뒷거래'?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만에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한미동맹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7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외교‧국방 장관이 함께 만나는 ‘2+2 회담’이 5년 만에 부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동시 방한 때 타결된 한미 방위비 협정 주요 내용 공개와 함께 가서명도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측이 한미동맹 복원의 상징으로 방위비 협정을 조기 타결한 점을 내세워 한국에 동맹으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수도 있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 결정, 대중 압박 동참 등 다른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 측의 요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CNN의 보도처럼 미국은 한국에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와 함께 특정 무기 구매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방송은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보다 13% 인상하는 다년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합의에는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와 한국이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방위비 협정 타결에 앞서 “양측이 SMA 신속 타결에 전념하고 있고 그에 따라 동북아시아 번영과 평화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인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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