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본지 편집국장
김한규 본지 편집국장

[국방신문=김한규 기자] 국방부는 2021년 1월부터 병사들에게 1만 원의 이발비를 월급에 포함했다. 이발비를 지급하게 된 근본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감소 되면서 교육훈련 시간이 복무기간 감소 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이발하는 시간을 절약해서 교육훈련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고, 둘째는 전국에 산재(散在)되어 있는 부대가 민가(民家)에 나가서 이발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물론 민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GOP(General Outpost:일반전초)부대나 격오지 부대는 현행대로 병사 상호 간에 깎아 주는 방법을 적용한다.

국방부의 병사 이발비 지급의 목적과 실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해 보면 얼마나 탁상공론적인 정책을 입안했는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이발하는 시간을 절약하여 교육훈련에 매진한다는 목적은 외람된 이야기다. 부대 내에서 이발하는 것이 밖에 나가서 이발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절약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둘째,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목적은 반드시 병사들이 외출해서 이발해야만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이·미용사들이 부대에 출입해서 이발해 준다면,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외출을 부동의 목적으로 두었냐는 것에 의문이 있다.

일선 부대들은 병사들이 매달 한 번씩 부대 밖으로 나가서 이발한다는 것은 지휘통솔에 부담이 많다. 이동 시 써야 하는 차량, 유류사용, 지휘통솔 간부의 배정, 여타의 안전사고 등은 부대의 환경에 상존하고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앞서는 젊은 군인들이 외출해서 이발만 하고 곧장 부대로 복귀하면 문제가 없지만, 자유시간(통제에서 벗어난)을 갖는다면 예측불허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부담을 안고도 병사들에게 이발비를 지급하고 외출해서 이발하고, 지역경제를 살려야 하는가?

이발하고 있는 병사
이발하고 있는 병사

국방부는 이발비를 지급하는 본래의 목적은 감추고 있다. 병사도 간부와 같이 상호 간에 이발하지 않고 간부들처럼 민간인이 이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권의 발로에서 말이다. 그 본심이 이제 드러났다.

국방부는 육·해·공군이 간부와 병사에게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두발 규정을 통일하기로 하고 관련 규정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이 본심이다.

3월 16일 각 군에 따르면 육·해·공군은 현재 '(간부)표준형'과 '스포츠형'(운동형) 등 2개의 두발 규정을 두고 간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병사에게는 상대적으로 짧은 스포츠형만 허용하고 있다.

특히 육군의 경우 병사에게 앞머리와 윗머리를 3cm 내외, 옆머리와 뒷머리는 1cm 이내로 하도록 해, 앞머리 5cm, 윗머리 3cm 이내의 두발 규정을 적용한 해·공군 병사보다 짧은 머리를 유지했다.

병사들의 단정한 두발 뒷모습
병사들의 단정한 두발 뒷모습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군대 내 계급에 따른 차등적 두발 규정의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냈고, 국가인권위는 이를 인용해 사회적 신분에 따른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이므로 육·해·공군 각 군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간부와 병사 등 전 장병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두발 규정을 개선하기로 하고 이달 초 설문조사에 나섰다. 육군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연내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며, 해군 역시 국가인권위의 권고 내용을 수용하기로 하고 병사들도 남자 간부와 같이 표준형도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군도 군 안팎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간부와 병사의 두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육군처럼 새로운 통일 규정을 만들지, 해군과 같이 병사에게도 간부 표준형을 허용하도록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해병대는 간부에게 앞머리는 5㎝ 이내로 하고 귀 상단 2㎝까지 올려 깎는 '상륙형'을, 병사에게 앞머리 3㎝ 이내, 귀 상단 5㎝까지 올려 깎는 '상륙돌격형'을 각각 적용하는 현행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차별적 규정을 개선하는 것이지, 군의 두발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정한 두발을 통해 신뢰받는 군의 모습과 군기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를 인권위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간부와 병사 두발의 차이가 인권에 저해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계급장을 없애야 하고, 군대 규율도 바꾸어야 한다. 모두가 상호존대하고 상명하복이 아니고 상호토의해서 투표로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 마치 김영삼 정부에서 주장했던 병사가 주인이라는 ‘병주주의’를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마치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병사와 간부들은 외출·외박을 나가고 경계는 뒷 전이고, 오직 사람다운 대접을 받겠다고 인권만 따지고, 누가 간부이고 병사인지 식별도 안 되는 군대가 되었으니, 북한군이 침략하면 무혈입성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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