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본지 편집국장
김한규 본지 편집국장

‘대체복무제도’의 역사

‘대체복무제도’란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현역 입영 대상자 중 일정기준에 해당하는 자에게 기간산업 육성이나 기타 공익 목적을 위해 근무하도록 하고, 그것을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즉, 군복무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주로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사회복지요원이나 사회공익요원, 재난구호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에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됐다. 이들은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의무소방, 경비교도, 상근예비역,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국제협력의, 공익법무관, 징병전담의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정기간 전투병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군 복무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4주간의 군사훈련에 임해야 하며, 전역 후 8년간은 유사시를 대비해 예비군 전투요원으로서 소정의 훈련 과정을 거치고 45세까지는 전쟁 발발 시 전쟁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대체복무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12월 종교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와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정부는 2007년 9월, 2009년 초부터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36개월 동안 한센병원이나 결핵병원 등에서 근무하면 병역 이행으로 간주해 주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 결정이 변경됐다.

국방부는 2008년 12월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며, 최종 결정은 무기한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러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종교와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이후 해당 조항이 명시된 병역법 등의 개정이 이뤄지면서 2020년 1월부터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시행됐다.

대체복무역 신설과 관련한 병역법 제정

국회는 2019년 12월 2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역 신설과 관련한 병역법을 통과시켰다. 국방부는 '병역법' 제5조 ’병역의 종류‘ 조항을 개정하여 기존의 병역준비역‧현역‧예비역‧보충역‧전시근로역 외에 여섯 번째 병역의 종류로서 ’대체역‘을 신설하고, ’대체역‘의 심사‧편입‧복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도록 법률 제‧개정안을 마련했다.

2020년 6월 29일 대체역 심사위원 임명 및 위촉식에 모두발언을 하는 정경도 국방부 장관(사진=국방부 제공)
2020년 6월 29일 대체역 심사위원 임명 및 위촉식에 모두발언을 하는 정경도 국방부 장관(사진=국방부 제공)

이에, 국방부는 2020년 6월 23일 육군회관에서 국방장관 주관으로 대체역 심사위원 임명·위촉식을 개최했다. 임명·위촉된 심사위원은 29명이며, 법조인, 교수, 인권활동가,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 대체역법 제5조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법무부·국방부·병무청·대한변호사협회는 각 5명, 국회 국방위원회는 4명을 추천했다. 29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권운동가(7명), 변호사(8명), 교수(7명), 공무원(3명), 정치인(2명), 기타(2명)이다. 병역거부 대체역을 신청하는 대상은 99.8%가 특정 종교와 관련이 있는데 심사위원에는 종교 또는 정신과 의사들은 한 사람도 구성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3년간 활동(1회 연임 가능)하며, 이들은 대체역 편입신청에 대한 인용·기각 또는 각하 결정한다. 또 대체역 제도개선 연구·조사 등을 심의·의결한다.

대체복무심사위원회 출범

2020년 6월 29일 대체복무심사위원회는 진용석 대전대 교수가 위원장이 되었고, 국방부 공무원이었던 유균혜 씨가 사무국장으로 대통령이 임명했다. 나머지 27명의 위원은 비상근직으로 심사위원의 역할을 하게 됐다. 조직은 상임위원 2명(위원장, 사무국장)아래 심사총괄과(8명), 조사1과(11명), 조사2과(11명)으로 총 32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위원장은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차관과 동일한 직급에 해당 된다. 심사업무에 대해서는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다.

대체복무심사위원회 홈페이지
대체복무심사위원회 홈페이지

2020년 6월 30일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대체역 편입) 접수를 시작으로 대체복무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편입이 결정된 사람은 10월 이후부터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 법무부 교정시설에서 36개월 동안 합숙 복무를 하게 된다. 그리고 복무를 마친 후 8년 차까지 교정시설에서 예비군 대체복무를 하게 된다.

대체역법이 시행된 뒤 2020년 말까지 대체역 심사위가 편입신청을 인용한 총 944명 중 두 사례를 제외한 942명이 여호와의증인 신도였다. 두 사람 중 오수환씨(30)의 대체역 편입신청에 대해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인용 결정을 했다. 오씨는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또 한 사람은 기독교 신앙 기반의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편입신청도 이번에 받아들여졌다. 이는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례다. 특정 종교에 의한 병역거부자가 99.8%이고 0.2%가 개인의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이다. 일각에선 아쉬움을 제기했다. 현재 병역거부자의 99.8% 이상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종교, 정신과 의사와 같은 전문가는 임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6개월 만에 1000명에 가까운 병력이 대체복무자가 되었다. 1년이면 약 2000명의 대체복무자가 생긴다. 부대 규모로 환산하면 1개 연대가 대체복무자로 되는 것이다. 2022년이면 군병력이 50만 명으로 감소 된다. 해가 바뀔수록 출산율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군입대 병력은 말할 것도 없이 줄어드는데, 대체복무자만 늘어난다. 이번 대체역 심사위의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에 국한된 게 아니라 비폭력·평화주의와 같은 다양한 신념에 기반한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운영에도 의문이 있다. 29명의 위원 중에 2명(위원장, 사무국장)은 국방부장관이 추천을 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독립기구이다. 국방부도 병무청도 이 기구를 통제할 권한이 없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통제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이다. 병역(兵役)에 대한 업무는 병무청과 국방부, 필요하다면 국가보훈처가 마땅히 관여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그것도 대체역(代替役)에 대한 업무를 관장한다고 하니 참으로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체역제도 중지해야

역사적으로 병역을 대체하는 제도는 많이 존재했다. 고려시대의 족정(足丁)이나, 조선시대 초기의 봉족(奉足)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군역(軍役)을 대신했던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의 대체역 제도는 상식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원래 대체복무를 하는 이유는 징병제를 이행하는 국가에서 입영의 대상자의 수가 많을 경우에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대체복무제도를 활용했다.

그러나 인구절벽의 시대에 정상적으로 국방의무를 수행할 대상이 부족해서 대체복무자를 줄여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체복무자를 늘려나가는 제도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반년 동안에 1000여 명 가까운 인원을 대체역으로 만들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발 더 나아가 예비군 훈련마저도 본인이 희망하면 훈련을 빼주는 일이 생겼다. 병사나 간부의 두발규정도 동일하게 하고, 이제는 계급장도 달지 못하고, 적군을 향해 총을 발사하라는 명령도 내릴 수 없는 군대가 되고, 적군에게 무조건 항복해 목숨을 살려달라고 두 손 모아 비는 나라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국방개혁 2020’을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부대 수를 줄이고, 50만 명의 병력을 맞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가 하면, 입영대상자에게 개인의 신념에 입각해 본인의 생각에 입대가 싫다면 인정해 주고, 그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하도록 심의위원회까지 구성해 돌봐주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이 나라의 안보환경을 모르고 이런 제도를 만드는 것은 크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된다. 국방부, 병무청, 보훈처 그리고 각종 안보단체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도대체 대체복무가 뭣이길래? 국가 예산을 들여가면서 실행을 해야 하는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이 국방부를 흔들고, 인권이 안보를 흔들고, 인권이 조만간에 인민해방을 가져올까 두렵다. 더 이상 인민해방으로 가기 전에 대체역 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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