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공동 진행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 분담해야 할 6000여억원의 연체 분담금 납부에 여전히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KF-X 분담금 납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못하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의 갈등 구조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 인기도 1위를 달리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국방장관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KF-X 공동개발사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분담금 납부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프라보워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전투기 프로젝트 등의 협력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오히려 “저는 식량기지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며 다른 현안의 협력을 요청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문 대통령 접견에 앞서 서욱 장관과 가진 한-인니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분담금 납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서욱 장관과 프라보워 장관은 이날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KF-X·IF-X 공동개발사업 등 방산분야 협력이 양국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방산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양국이 공동개발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서 한국은 KF-X, 인도네시아는 IF-X로 각각 지칭한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338억원을 개발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지난 2월까지 내야 하는 8316억원 가운데 2272억원만 내고 현재 6044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프라보워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밀린 KF-X 분담금 납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담금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프라보워 장관은 2019년 취임 이후 KF-X 분담금을 계속 내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KF-X 시제기 출고 참관을 위한 그의 첫 방한이 주목받아 왔다.
총사업비가 8조8000억원에 달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사업으로 불리는 KF-X는 일정 물량을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한다.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발판 삼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F-16보다 우세한 4.5세대급 전투기인 KF-X를 수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분담금을 연체 중인 인도네시아가 만약 공동개발에서 손을 뗀다면 정부의 수출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총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KF-X를 개발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338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미납 분담금 납부 문제는 양국 장관이 이날 회담에서 조속히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차관급 ‘공동국방협력위원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장관은 회담에서 연내 외교·국방(2+2) 국장급 전략대화 개최, ‘한-인도네시아 국방협력협정’에 근거한 차관급 ‘공동국방협력위원회’의 조속한 출범 등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군사교육 교류를 확대해 양국 간 국방협력 증진의 토대를 강화하자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국방부는 “양 장관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국방·방산 분야에서 협력이 지속 발전하고 있음을 평가했다”며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회담에서 서 장관은 올해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안보대화와 12월 제4차 유엔평화유지 장관회의 현황을 설명하고 프라보워 장관 등 인도네시아 국방부 고위 인사의 참석과 지지를 당부했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