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9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참여에 대해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날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KF-X 공동개발 조건 재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인도네시아와 서로 입장 타진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드릴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KF-X 사업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2015년부터 공동개발 형식으로 추진해 왔다. 사업비 8조7000억원을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기술 자료 등을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경제 사정 등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 투자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루면서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여 여부에 의문이 제기됐다. 밀린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은 6000억원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KF-X 체계개발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가 나머지 분담금을 계속해서 지급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 청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측과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구매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인도네시아의 KF-X 공동개발 이탈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 프랑스의 한 방송사는 인도네시아가 다소 전투기 36대 구매 계약 체결을 희망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프랑스 매체들은 인도네시아가 48대의 라팔 전투기를 구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가 이미 KF-X 사업에 2272억원을 투자했는데 시제기 출시를 앞두고 공동개발 계획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인도네시아는 사업비를 완납하면 KF-X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KF-X는 현재 시제 1호기가 최종 조립단계에 있으며, 오는 4월에 출고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첫 시험비행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이 완료된다.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가 탑재된다.
사업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1차 양산 40대, 이후 2032년까지 2차 양산 80대 등 총 120대의 KF-X가 생산돼 공군에 납품될 계획이다.
한편, 강 청장은 이날 건조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뜨거운 경항공모함(다목적 대형수송함-Ⅱ) 사업에 대해 원활히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 청장은 “경항모 관련 11개 기술은 이미 2019년부터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국회에서 예산이 확보되면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경항모 사업은 2033년까지 3만t급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9년 8월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면서 공식화됐다.
경항모는 국방부가 2019년 8월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개념설계 계획을 반영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계획을 반영했다.
당시 국방부는 3만t급 경항모 건조를 위해 2020년 말까지 개념설계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기본설계에 착수해 2030년 초께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 해상교통로 보호 등을 위해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군 당국의 주장에 대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항모에 적어도 몇조 원에 이르는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경항모를 보호할 구축함, 정찰자산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적에 의해 격파될 위험성이 크다는 부정적인 시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수직 이착륙 전투기 F-35B가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 해군의 경항모 건조 사업은 올해 국방예산 52조8401억원 가운데 관련 예산이 대폭 깎이면서 군의 계획대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경항모 기본 설계비로 101억원을 요청했으나 전액 삭감되고, 연구용역과 토론회 개최를 위한 ‘연구용역비’ 명목의 예산 1억원만 배정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