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도입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고 찬반 여론이 뜨겁게 형성되고 있다.
그만큼 징병제의 한계가 정점에 다다랐고, 이제는 병역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게 사회 각계각층에서 모병제 시행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토론과 함께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남자가 부족하면 여자도 군에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징병제’를 들고나와 ‘국방안보’의 본질을 흐리고 있어 씁쓸하다.
병역 문제는 성 이슈를 통해 젊은 남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소모적인 논쟁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특히 모병제의 전환을 정치적 이슈로 포장해 물타기 하는 것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필자는 앞선 두 번의 칼럼을 통해 모병제는 현실로 다가왔으며, 우리나라가 이왕이면 새로운 시대의 모병제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미 모병제를 시행하는 여러 국가의 장단점을 잘 검토해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시대에 혁신을 선도해 가는 모병제를 도출하고, 새로운 ‘강군(强軍)’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병역 문제의 최고 해결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징병제의 현실은 징병 대상 인원의 현저한 감소와 그에 따른 적정 인원 부족으로 이전에는 현역으로 판정받지 못한 장병마저 모집하게 되면서 ‘약골 군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군이 이른바 ‘관심병사’의 안전사고에 집중하다 보니 본연의 국방업무에 소홀하게 되고, 군 기강이나 사기도 저하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고 어떻게 군 체제를 바꾸어야 하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우선 대한민국 군대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첨단과학 군인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보병 중심의 군대 작전과 작전계획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 군의 편성이 바뀌는 대대적인 수술과 진단을 통해 ‘디지털 강군(强軍)’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사람’ 중심의 전통적인 전술과 작전을 탈피해 모병제를 기반으로 한 ‘장비’ 중심의 미래전술·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군도 미군이나 선진국 군대처럼 사회를 선도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병사급여를 대기업 수준의 연봉 5000만 원을 기본으로 지급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수호하는 장병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과 대우를 할 필요가 있다.
모병제를 통한 군은 각 분야의 첨단과학 전문가와 앞으로 미래 전장을 설계하고 이끌어 갈 우수 인재로 모집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기본연봉 5000만 원에다 연장업무 및 각종 수당 등을 합쳐 1인당 7000만 원 정도 연봉을 책정하고 약 20만 명 병사를 모병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국방예산 증액은 2조~3조 원 정도면 된다.
이를 통해 군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또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 사회로 배출함으로써 국가의 중추적 인재로 역할을 다하도록 토대를 만들 수 있다.
모병제로 뽑은 군은 국가 공무원으로서 자질을 갖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며, 국가의 미래와 안전을 책임지는 선택된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둘째, 모병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군의 조직과 보직, 작전개념, 여군 활용, 장군 보직과 수 등 많은 부분이 전면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즉 보병 중심과 사단 중심에서 직무 주특기와 디지털 전장 중심으로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을 수반한다. 또 계급 중심의 편성이 아니라 전문가 직무와 기술 중심으로 구축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인공지능,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을 바탕으로 전장을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드론사령부, 로봇사령부, 통신사령부, 네트워크 사령부, 사이버 방어사령부, 사이버 공격사령부, 우주전 사령부 등으로 군 지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해군과 공군 역시 첨단과학 기술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무인으로 조정되는 운영하는 무기를 도입하고 설치해 군 작전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셋째, 예비군 조직 편성 및 운영에서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명예 장군제’를 통한 우수한 전문가 활용이 중요하다.
먼저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예비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지금처럼 300만 이상의 예비군이 아니라 약 30만의 정예 예비군과 전문가 체제를 구축해 상시 동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평상시에는 직장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지만, 유사시 바로 투입돼 현역과 같은 보직과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상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선발된 예비군은 연간 훈련 기간의 수당과 월급을 회사에서 받지 않고 국가에서 충분하게 지급하며, 평상시에도 예비군 편성 수당을 적절하게 지급해 훈련과 소통, 자부심과 애국심을 갖도록 운영해야 한다.
또한, 사회 전문가들을 활용한 ‘명예 장군제’를 도입해 충분히 군과 예비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상비군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을 사이버예비군으로 편성해 적정한 수당을 지급하고 훈련을 같이해 국가의 중요한 사이버 전장을 수호하고 방어토록 해야 한다.
모병제의 장점은 개인의 자유의사와 능력이 충분히 반영되고 자율적 선택에 의한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인재를 통한 최첨단 전문기술 요원 확보에도 장점이 있다. 지휘관의 지휘통솔이 쉽고, 적성에 알맞은 특기 선택으로 전투력 향상과 조직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모병제의 도입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선진형 군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