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웅 국방신문 논설실장
문재웅 국방신문 논설실장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한은 70년 넘게 분단국가로 살아왔다.

특히 6·25 전쟁을 겪고 나서는 극심한 대치와 전쟁체제의 긴박함 속에서 살다 보니 민족 간 치열한 반목이 심해지면서 많은 세월이 흘러왔고, 이런 가운데 상당한 이질감도 만들어진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표방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이 날로 심해졌다. 21세기를 넘어서 4차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까지도 서로가 긴장 속에서 군사력을 키워왔다. 북한은 더욱더 핵 개발을 통해 자신들의 체제와 독재를 이어가는 수단으로 만들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군도 변화와 위상에 따라 군병력 모집을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선진국과 같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한, 반대 목소리인 징병제를 찬성하는 극우 보수와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핵무장과 남북한의 극심한 대치 상황에서 국가안보의 누수가 염려된다는 논리로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공격하고, 모병제를 반대하였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병제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20년 10월 KBS 여론조사에서 국민 약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듯이 인구절벽과 징병 대상 인구의 감소로 인해 군병력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OECD 국가 중 군사력이 세계 6위이며, 엄청난 군사비를 지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시대 변환에 따라서 군병력에 대한 운영이나 모집 방식도 바뀌고 개혁을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에서 징병제로 군사력을 유지하는 나라는 남북한을 포함해 약 90여 개국 정도다. 그러나 모병제로 전환을 검토하거나 바꾸는 과정에 있는 나라가 약 40여 개국에 이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 세계는 점점 모병제로 전환하거나, 징병제가 있어도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같은 국가는 의무 복무가 10개월이라 징병제라 할 수가 없으며, 현재 모병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모병제를 살펴보면 이미 모병제를 시행하는 70여 개국과 추진 중이거나 전환 예정인 나라를 합치면 약 70%에 이르는 셈이다.

모병제 나라들의 국방력을 알아보면 2020년 기준 세계 군사력 순위는 1위가 미국이고, 그다음에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프랑스, 영국, 이집트, 브라질이다. 12위가 독일, 15위 파키스탄, 25위 북한이다.

앞에서 열거한 나라 가운데 핵보유국이거나 징병제 국가, 둘 중의 하나만이라도 속하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프랑스, 영국, 이집트, 브라질, 독일, 파키스탄, 북한까지 12개국이다. 이 가운데 모병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미국, 인도, 영국, 프랑스, 파키스탄 등 5개국이며, 모병제 시행 예정이면서 사실상 징병제로 볼 수 없는 독일, 브라질을 포함하면 7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모병제는 국가의 안보를 위험하거나 군사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지금 시대는 과학과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첨단 전투력을 만드는 게 군의 나아갈 방향이다. 모병제를 통하여 전문적이고, 기술력 있고 자발적인 군인을 뽑아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국방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징병제를 시행하는 대부분 국가의 사병 월급이 한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며, 복무 연한도 10개월에서 15개월 사이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통해 낮은 월급과 강제적으로 군대를 유지하다 보니 병역 비리와 병역생활 고충, 군 범죄 등 여러 병폐로 군의 사기와 기강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실질적인 전쟁 방어 체제 유지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앞으로 인구절벽과 징병 대상 인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징병제로 군 병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5년만 지나면 징병 인원이 지금의 절반 수준인 20만 명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징병제 상황에서 의무 복무가 18개월인데 이 정도 기간으로는 병사가 군에서 업무 능력과 기술에 적응이 될만하면 제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효율성과 효과성이 상당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징병제 의무복무 기간이 긴 북한과 중국을 살펴보면, 중국도 280만 대군을 약 50만 명 줄이고 모병제도 일부 실행해 복무기간도 줄이는 반모병제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116만 군사 대군이라 할지라도 북한의 군사력이 상위권에 있지 않은 것은 재래식 무기와 보병 위주의 군사력의 한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징병제로 인해 국가안보에 누수가 생긴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병제’를 도입해 실행할 때라고 생각한다.

징병제에서 모병제의 전환은 인구절벽 시대의 역사적 흐름이고, 첨단과학 무기로 무장한 군인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불가피한 요구사항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현역 대상자의 인구 감소에 따라 입영할 수 있는 자원도 감소한다는 것을 통계청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남자아이 출생 수는 2017년 18만 명, 2018년 16만 명, 2019년 15만여 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들이 입대하는 2030년대는 현재 같은 병력 수급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현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 징병제를 진행한다면 군 병력을 35만~40만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거가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출생은 2011년에 47만 명에서 2018년 32만 명으로 급격하게 줄었으며, 특히 남자아기 출생은 2011년 24만 명에서 2018년 16만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런 저출산 추세로 인해 어차피 우리나라가 군 병력을 60만 명으로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병역의무 복무기간도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줄어들 수도 있어서 앞으로 지금의 18개월도 장담할 수가 없다.

이제는 전문 군인이 복무하는 병역체제가 필요하다. 본인의 결정과 의지로 직업군인을 선택하는 모병제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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