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북한이 이번주 초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시험을 위한 추가 발사할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시사하면서 위기가 감돌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사전 경고에도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또 감행하거나 핵실험장 복구 등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경우 한반도 정세는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월 취임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 누수를 틈타 북한이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반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초, 적어도 하루 이틀 사이에도 신형 ICBM 추가 발사가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하고 정밀감시 중인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에 또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경우 최근 두 차례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방식으로 신형 ICBM 성능을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두 차례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신형 ICBM ‘화성-17형’ 발사 당시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TEL을 이용해 통상의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궤적을 그리도록 속임수를 썼다.
북한은 이번에 추가로 발사할 때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사거리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5일 발사 당시에는 사거리를 줄이려고 로켓 연료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고도 620㎞, 비행거리 300㎞로 분석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1일 북한의 신형 ICBM 발사와 관련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추가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런 사전 경고에도 신형 ICBM 성능시험 발사에 이어 ‘최대사거리 시험발사’를 하거나 ‘핵실험 카드’를 꺼낸다면 미국은 ‘대화 기조’가 아닌 ‘강경 기조’로 전환할 태세다.
또 윤석열 당선인도 후보 시절부터 대북 강경 입장을 내세운 만큼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보에 한미 간 공조를 통해 단호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지난 11일 이례적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신형 ICBM 성능시험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공개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도운 러시아 국적자 2명과 러시아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는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북한과 관련된 세 번째 제재다.
미국은 지난 1월 북한의 WMD·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제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 출신 리영길 국방상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의 신형 ICBM 성능시험 발사에 이어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탄하고, 대북 추가 제재를 내놓으면서 한반도에서 ‘강대강’ 대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 북미 간 ‘핵 단추 설전’ 속에서 최악의 국면을 맞았던 2017년 수준을 넘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 8월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당시 미국과 북한은 ‘전쟁’이란 단어를 거론할 정도로 살벌한 대치국면을 나타낸 바 있다.
그동안 잠잠하던 북한은 올해 들어 연초부터 핵과 ICBM 도발을 위한 전방위 움직임을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북한은 신형 ICBM 성능시험 발사에 이어 ‘최대사거리 시험발사’를 위한 준비 조치를 밟아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에는 직접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가 가능한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가 대형 운반 로켓 등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축·확장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나 발사장 확장 지시가 정찰위성 배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미 군 당국은 2020년 10월에 공개된 신형 ICBM(화성-17형) 성능시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을 보면 바퀴가 22개인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있는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모습을 이었다.
북한은 더 나아가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건물을 신축·수리한 데 이어 갱도 일부를 복구하는 동향도 감지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부터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한 곳으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5개국 취재진 앞에서 폭파했다.
북한은 아울러 영변 핵시설에서도 5㎿(메가와트) 원자로를 계속 가동하고 있고, 우라늄 농축시설도 가동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오는 5월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을 향해 선전매체를 통한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등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에서 “김정은 버르장머리도 정신이 확 들게 하겠다”고 했던 발언의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되지만, 새 정부의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응 수위를 가늠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함께 협력해 동일한 목소리로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북한 응징 자세를 취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 제재라는 악순환에 의해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 핵능력 고도화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 부총장은 “이명박-오바마 정부 시기와 유사한 흐름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추가될 것”이라면서 “연말까지는 한반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중간선거를 거치면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양 부총장은 이어 “경험적으로 대화 속에 해법이 있고 대결 속에 해악이 있다는 교훈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통일·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를 빨리 꾸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