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국방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국방부 청사에 밀집 배치된 군 전략자산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전하게 되면 군 지휘체계 붕괴 등 위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5월 대통령 취임을 전후한 안보 공백은 자칫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은 1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의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 대한 현장 답사와 장단점 검토 보고를 받은 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오게 되면 국방부와 합참, 방위사업청 사무실들이 연쇄적으로, 그것도 두 달 안에 단기간 이동해야 한다.
인수위 및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모두 10개층의 국방부 본관 건물 중 1~5층을 대통령 집무실로 쓰고, 기존에 있던 국방부 부서들은 영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나 육군회관 등으로 나눠서 입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방부 본관에 있는 장·차관실과 각 국·실 사무실이 합참과 국방부 별관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국방부 별관을 사용 중인 부서는 서울 용산 후암동 옛 방위사업청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군 관계자들은 윤 당선인의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과 관련해 국가 안보의 중추인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의 연쇄 이동에 따른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5월 10일 용산 집무실에 들어오려면 4월에 국방부 청사를 리모델링 해야 하는데, 이때가 북한의 도발 위험이 가장 큰 시기라는 점에서 안보 공백을 걱정하는 것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전문가·국민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김병주·김민기·김진표·기동민·홍영표 의원은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의 최고 사령부”라며 “평시 작전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는 예하사령부와 참모 부서 간 일사분란한 지휘체계와 지휘통신을 위한 C4I 체계(전술지휘통신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만일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국방부와 합참의 많은 부서,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이 가중돼 대비 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군 관계자도 “국방부와 합참 지휘부가 비슷한 시기에 사무실을 연쇄적으로 옮기면 통신과 지휘에 공백이 생겨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군사전문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 안전의 최후의 보루”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 국방부로 들어간다는 보도대로라면 당장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관리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벙커(지휘통제실)는 성격과 임무가 달라서 대통령의 위기관리에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작전지휘에 초점을 맞춰 구축된 지하 벙커에 추가적인 인프라를 보강하기 전에는 대형 재난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사안보위협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태풍, 홍수 등 자연재난과 붕괴, 화재, 폭발 등 인적재난 등도 대처할 수 있도록 갖춰진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등 전국 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하고 이에 대처하는 긴급상황실이다.
반면에 합참 지하벙커는 한·미 연합 및 합동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곳으로 말 그대로 군사시설이다. 한미 연합전장관리체계(CENTRIXS-K)와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육군 사단급 이상 부대 간 군사정보를 관리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등 연합·합동 지휘통제체계가 구축돼 있다.
국방부 내 구축된 전략자산을 대거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극비정보’ 노출 위험과 함께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이 들어간다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따른 수천억원의 비용을 미래전장에 대비한 첨단 무기개발비로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김종대 전 의원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만든 군의 각종 지휘통제 시스템을 이전해 새로 구축하려면 수천억 원의 돈을 써야 한다”면서 혈세 지출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약 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 집무실만 옮기는 비용으로,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등의 연쇄 이동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국방부와 합참을 새 장소로 옮기는 비용만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이 새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청사를 새로 건축할 경우 지휘통제실,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 화생방공격 방호대책 등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한다.
2012년 8월 국방부 청사 옆에 있는 10층 규모 합참 청사는 건물 건축에만 1800억원 넘는 예산을 썼다. 게다가 합참 청사에 설치된 전자기기 공격 차단용 ‘전자기펄스탄 방호시스템’만 해도 수백억원이 투입됐다.
국방부 청사 안에 주둔하는 국방부 및 합참 지원을 위한 통신부대 등 국방부 직할부대들의 이전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이전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직간접적인 비용 추산 액수는 1조원 이상이다. 합참 이전에 따른 지휘통제시설 구축이 직접비용이라면 군사시설 재배치, 군인·군무원·공무원들의 이사 비용 등은 간접비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국방부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청원이 17일 게시됐다.
‘윤석열 당선인 집무실 만들고자, 국가안전 중추인 국방부를 강압 이전해 국민의 혈세 수천억을 날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청원인은 “윤석열 당선인이 자기만족을 위해서 본인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국가안전의 최후 보루이자 중추로서 최적화되어 있는 국방부의 전문 시설과 시스템을 강압적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는 정보시스템, 방호시설, 전문공간 등 대내외 안보 상황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시설과 전문시스템을 갖춘 핵심 부처”라면서 “국방부에 설치된 시설과 시스템을 옮기는 데만 국민 혈세 수천억원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는 기껏해야 5년이다. 그 5년을 위해 수십 년 이어온 국방부 시설과 공간을 차지하겠다고 하는 윤 당선인의 억지스러운 요구, 5년 임기 윤 당선인 집무실에 국민의 피와 땀인 혈세를 수천억 원을 쓰겠다는 것은 국민들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북한 간첩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