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세상의 돈은 어디에 있을까? 누가 운용할까?

물론 돈은 은행에 많이 있다. 하지만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는 전형적인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ies)이다. 돈을 투자하고 운용하는 기관은 아니다.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이제 자금의 운용은 예금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 연기금, 국부펀드 등 돈을 굴리고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주목받는 세상이 되었다.

2020년 말 운용금액 기준으로 자산운용회사(뮤추얼펀드)는 103조 달러, 연기금은 35조 달러, 국부펀드는 10조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주로 이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투자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먼저,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자산운용회사는 어느 회사일까? 2021년 말 자산운용 규모(AUM, Asset Under Management)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위 BlackRock(9.5조 달러, 미국), 2위 Vanguard Group(8.4조 달러, 미국), 3위 UBS Group(4.4조 달러, 스위스), 4위 Fidelity Investments(4.2조 달러, 미국), 5위 State Street Global Advisors(3.9조 달러, 미국)이다.

다음으로 6위 Morgan Stanley(3.3조 달러. 미국), 7위 JP Morgan(3.0조 달러, 미국), 8위 Allianz Group(3.0조 달러, 독일), 9위 Capital Group(2.6조 달러, 미국), 10위 Goldman Sachs(2.4조 달러, 미국) 등이다.

10위 이내에 UBS와 Allianz를 제외하면 미국계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이 대부분의 세계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이 국제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자산운용 전문 그룹인 BlackRock, Vanguard, Fidelity, State Street 등이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Morgan Stanley, JP Morgan, Goldman Sachs 등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투자은행 그룹들도 역시 상당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Bank of New York Mellon(미국), 채권투자 전문 자산운용그룹인 PIMCO(미국), Amundi(프랑스), Legal & General(영국), Credit Suisse(스위스), Prudential Financial(미국), Deutsche Bank(독일), T Rowe Price(미국), Bank of America(미국)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은행 부문 선두권에는 자리 잡고 있지만,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부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 경제가 은행 중심으로 성장하여 자본시장이나 금융투자 업계가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으며 고객의 자산도 예금 위주로 보수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또한, 중국계 금융기관도 은행 부문에서는 자산이 거대하여 최고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 부문에서는 아예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은행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성장하면서 자본시장이 발전하지 않고 거대 은행그룹들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금융그룹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는 미국의 BlackRock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2021년 말 기준으로 약 10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총자산 기준 세계 1위인 중국 공상은행의 총자산(5.4조 달러)의 거의 두 배, 미국의 최대 금융그룹 JP Morgan 총자산(3.7조 달러)의 거의 세 배나 되는 규모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뮤추얼펀드 규모가 은행의 자산규모를 추월하여 이미 예금에서 투자의 시대로 바뀌었다.

블랙락(BlackRock) 로렌스 핑크 CEO
블랙락(BlackRock) 로렌스 핑크 CEO

BlackRock은 지금의 CEO Lary Pink가 동료 몇 명과 1988년에 창업한 업력 35년에 불과한 회사다. Pink는 UCLA를 졸업하고 1976년 IB인 First Boston에 입사하여 주로 주택저당증권(MBS)를 매매하는 채권부서에서 혁혁한 실적을 내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86년 금리예측 실패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여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1988년 동료들과 자산운용사를 창업하였다.

초창기에는 주택저당증권 영업에 주력하다가 1999년 IPO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2000년대 초중반 State Street와 Merrill Lynch의 자산운용사를 차례로 합병하였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Bear Stearns와 AIG의 채무조정 업무를 위임받아 신뢰받는 최고의 자산운용사로 부상하였다.

또 2009년에는 iShares라는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Barclays Global Investors(BGI)를 인수하여 마침내 운용자산규모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에 등극하였다.

Lehman Brothers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Barclays의 BGI 매각은 훗날 Barclays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BlackRock에게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등극하게 되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후 지속적인 인수 합병과 ETF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2021년 말 기준으로 약 10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여 국제자본시장에서 최대의 큰손이 되었다.

ETF 운용자산이 전체 운용자산의 거의 33% 수준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ETF 운용회사이기도 하다. 올해 3월 말 현재 전 세계 ETF 운용자산 9.88조 달러 중 BlackRock의 iShares ETF가 3.16조 달러로 약 32%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자산운용사인 Vanguard는 운용자산 규모(약 8.4조 달러)로 볼 때 세계 최대의 은행들의 자산보다 거의 두 배 많은 수준이다. 그만큼 많은 돈을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Vanguard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명가로 ETF는 세계 2위지만 미국 펀드자산 규모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Vanguard 창업자인 John Bogle은 1951년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Wellington 자산운용사에 입사하여 1970년 CEO에 등극하는 등 승승장구하였다.

하지만 1974년 합병 실패로 결국 해임되어 지금의 Vanguard를 설립하였다. 그는 Vanguard를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의 하나로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고 1999년 건강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인덱스펀드를 출시하였다. 이는 액티브 펀드가 주가지수보다 성과가 저조하다는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 교수(197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의 연구결과에 영향을 받았다.

Bogle 회장은 주식처럼 시장에서 매매하는 ETF 상품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ETF는 패시브 펀드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고 Vanguard는 세계 최대규모의 ETF를 운용하고 있는 BlackRock에게 세계 1위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1993년 ETF를 최초로 개발한 자산운용사는 세계 제5위의 State Street이다. 지금은 BlackRock, Vanguard와 함께 세계 3대 ETF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액티브 펀드의 명가인 Fidelity는 증권사 업무도 같이 영위하는 종합금융그룹이다.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상품을 다각화하는 BlackRock과는 달리 액티브 펀드 한 우물을 파는 전략을 고수했다. Fidelity는 미국의 퇴직연금시장을 선도하면서 성장하였으나 ETF를 비롯한 패시브 펀드가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업계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BlackRock, Vanguard 등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는 여러 ETF, 인덱스펀드, 이머징마켓펀드, 글로벌펀드 등을 통해 우리나라 상장주식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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