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2020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공매도 반대운동 버스에 걸린 슬로건이다. 중장년 세대들에게는 추억이 서린 반공 표어를 카피한 것이다. 그만큼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의 주가 급락을 초래한 주범으로 외국인의 공매도를 지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여전히 공매도가 뜨거운 감자임엔 틀림이 없다.

공매도(short sales)는 특정 종목 주가가 고평가되었다고 판단된 경우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매수하여 주식을 반환하고 차익을 얻는 거래 전략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투자위험(리스크)이 큰 거래이기도 하다.

공매도는 증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가격 발견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긍정적 효과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용되는 정상적인 거래다.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아마도 없다.

다만, 가격 하락을 부추겨 투기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몇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고 규제하고 감시하고 있다. 직전 체결가격 밑으로 호가를 제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소위 ‘업틱룰’, uptick rule), 대량으로 공매도한 경우 그 포지션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결제가 불이행될 경우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대체로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ales)는 금지하고 있다.

공매도는 특성상 리스크가 큰 거래전략이기 때문에 공모펀드는 공매도 자체가 금지되고, 많은 기관투자가들도 대체로 공매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외국인의 경우 뮤추얼펀드, ETF, 연기금, 국부펀드 등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주요 중장기 투자자들도 공매도를 하지 않는다.

공매도 전략을 주로 활용하는 세력은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증권사), 일부 헤지펀드 등이다. 그들은 롱숏, 헤지, 스왑 등 다양한 거래전략을 구사하는 진정한 프로 투자세력이다.

또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는 직접 공매도를 하기보다는 주식 대여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래 증권회사(프라임브로커)와 파생계약을 통하여 공매도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즉, 우리 증권시장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공시하고 있는 Goldman Sachs, JP Morgan, Merrill Lynch 등 유수 글로벌 IB(영국현지법인 명의)의 공매도 포지션은 자체적인 공매도일 수도 있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의 파생계약에 따른 공매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글로벌 시장 간, 유사종목 간, 현물주식과 선물지수(또는 옵션) 간, 현물주식과 주식관련 사채(CB, BW 등)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다양한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된다. 또 주가가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는 전형적인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투자전략으로 공매도가 이용되고 여러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여 그 구체적인 실상이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세계 금융시장의 현실이다.

공매도는 외국인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외국인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다. 또 개인투자자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빌릴 수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욱이 최근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공매도가 증가하여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부터 2008년 당시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되면서 외국인의 공매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2020년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과거 상흔이 되살아나 우리나라는 재빠르게 전 종목 공매도 금지조치를 단행하였다. 그 후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확대하는 한편 여러 시장 안정화 조치가 취해지면서 국내 증권시장도 급속히 회복하였다.

당초 공매도 금지시한인 8월에는 코로나로 경제상황이 여전히 안 좋은 상태에서도 주가지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였다. 하지만 이른바 ‘동학개미’의 여론에 떠밀려 금융감독당국은 공매도 금지조치를 해제하지 못하고 연장하게 되었다.

2021년 2월에는 정치권도 이러한 논의에 뛰어들면서 당초 공매도 금지조치 해제 방향이 뒤집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외국 언론에서는 여전히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비교하면서 국내증시 수준을 비웃었다.

그 후 2021년 5월 KOSPI 200종목, KOSDAQ 150종목에 대하여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되고 외국인의 공매도도 재개되어 전체 공매도 중 외국인의 비중은 약 8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체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약 3~5% 정도여서 다른 선진국(약 20~40% 수준)에 비해 공매도 규모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등 증권시장 안정화 대책과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등 증권시장 안정화 대책과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그러면, 공매도가 주가 급락의 주범으로 증권시장에 있어서 정말 공공의 적인가?

먼저 그간 실증적 분석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는 없다”고 설명한다.

또 “실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금융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주가 급락 상황에서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공매도 금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2021년 2월 금융위 보도참고자료)

국내 연구결과들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과도하게 부추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주가가 급변한 시기에도 약탈적인 공매도 행태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상반기 코스피 200종목의 주가 수익률과 공매도 거래비중 간에 상관계수가 (-)0.08로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있었다. 상관계수가 코스피 0.19~0.44, 코스닥 0.1~0.27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주가가 급락한 시기에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보다 낮은 종목들의 주가 하락폭이 오히려 크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설령 상관관계가 높다 할지라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초래한다는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보다 복잡하고 고도의 통계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일반투자자들의 주장과 실제 분석결과 간에 괴리감이 있을까? 주가가 급락한 시기에는 대체로 공매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급락의 원인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또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과거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인데 주부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엄청 높아 공식 물가통계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가 크다는 보도가 많았다.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많이 소비하는 소비자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체감한다. 공매도도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대만에서 170억 달러, 인도 150억 달러, 우리나라 96억 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개월간 빠져나간 금액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반도체 등 기술주 중심의 시장이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크다고 분석하였다.

개도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외국 기관투자자나 개인의 자금이 이탈하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이에 대응하여 매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최근의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투심(投心)’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때리는 시어머니(본질적 요인)보다 말리는 시누이(피상적 현상)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비난의 화살이 공매도로 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도 한몫하고 있다. 개별 투자자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보도들이 횡행한다. 우리나라 공매도 규제제도 및 감시체계, 현황, 긍정적·부정적 영향 등을 공정하게 보도하여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021년 초 KOSPI가 사상 최초로 3000포인트를 돌파하고 삼성전자 주가도 1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10만 전자’라는 별명이 언론을 도배하였다.

그 당시 공매도가 허용된 상황이었다면 ‘10만 전자’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투자자들도 그렇게 높은 가격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2편에서 계속됨)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저작권자 © 국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