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우리나라 공매도 규제제도는 선진국보다 엄격하고 감시·감독체계도 잘 구축되어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많은 불신과 비판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공매도 홍역을 치른 후 2009년 ‘공매도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었다. 주식을 빌려서 파는 물리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의 순보유잔고(net position)에 의한 공매도 정의, 공매도 주문 이전 차입계약 의무화, 증권회사의 확인의무 이행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2012년 금융위 규정에 포함되어 관련 규제가 강화되었다.

2016년에는 법령 개정을 통해 종목별 상장주식수의 0.01% 이상이면서 평가액이 1억원 이상 또는 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공매도 잔고를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또한 종목별 상장주식수의 0.5% 이상의 공매도 잔고를 보유하면 공시하도록 의무화하였다. 투자자별로 대량 공매도 잔고를 보고하고 종목별로도 공시하도록 하는 이중 장치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보고와 공시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제재조치 근거도 마련되었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은 대량 공매도 보고와 공시 중 하나만 채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둘 다 도입하여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증권거래소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매도와 주가 하락이 발생한 종목에 대해 그 다음날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하였다.

최근에는 공매도 비중이 상당하더라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공매도 거래비중(30% 이상), 주가 하락률(3%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2배 이상)을 추가하는 등 지정요건을 강화하였다.

이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은 이른바 ‘핀셋장치’로 공매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대규모 무차입공매도가 적발되고 여론도 악화돼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경미한 과태료 조치가 폐지되고 과징금과 형사벌칙(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벌금)이 도입되어 처벌도 강화되었다.

공매도 후 90일이 지나도 빌린 주식을 갚지 않은 경우 그 내역을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하여 장기간의 공매도 거래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

무차입공매도는 당연히 금지되고, 공매도에 대해서는 소위 ‘업틱룰(uptick rule)’이 적용되어 직전 체결가 이하로 주문을 낼 수 없다. 또 일반매도 주문과 달리 공매도 주문임을 표시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그간 증권거래소 감리부서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부서에서 시세조종 등 중대 불공정거래뿐 아니라 공매도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감시·조사하여 제재조치를 취해 왔다.

하지만 공매도 위반이 자주 발생하고 주가 하락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해 최근 증권거래소는 ‘특별감리부’를, 금감원은 ‘공매도조사전담반’을 신설하여 집중 감시·점검·조사하고 있다.

또 사법당국에서는 남부지검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사건을 신속 수사하여 고액의 벌금부과, 범죄수익·은닉재산 박탈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같이 공매도 제도가 강화되고 특별조직을 통한 감시·조사 체계도 구축되어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감시·조사체계는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주가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업틱룰을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공매도 전에 실제 차입하거나 차입계약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미국은 소위 ‘locate 기준’(결제일까지 차입할 수 있다는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을 적용하여 규제가 우리보다 훨씬 느슨하다.

우리가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악의적으로 남용한 경우에만 금지하고 있으며, 시장조성자는 무차입공매도 자체가 허용된다. 미국 규제감독당국인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공매도 위반혐의를 상시적으로 감시하지도 않는다.

물론 우리는 개별경쟁매매 방식이고 미국은 딜러제도로 매매거래 구조가 기본적으로 달라 공매도 제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미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500만달러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엄격한데, 우리나라는 처벌이 약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무차입공매도 남용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이나 민사제재금을 부과하고 있다. 단순하게 실수로 발생한 무차입공매도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관계기관 합동 불법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한편 징역형은 불법 공매도 사안이라기보다는 공매도와 연계된 시세조종이나 사기거래, 즉 본질이 증권사기인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공매도 위반에 대한 벌칙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간 미국 SEC가 조사하여 조치한 불법공매도 사건을 간략히 살펴보자.

2014년 두 명의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여러 계좌를 이용하여 20개 회사 주식을 고의적·반복적으로 옵션 전략을 이용한 사기적인 무차입공매도를 통하여 42만달러(약 5.5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사건에 대하여 민사제재금 67만달러(약 8.7억원)을 부과하였다.

또 선물·옵션 중개회사이며 청산회사인 optionsXpress의 임원과 고객에 대하여 무차입공매도 남용행위에 대하여 480만달러(약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420만달러(약 55억원)의 부당이득을 환수조치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무차입공매도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모든 외국인은 금융감독원에 등록하고 매매거래를 보고해야 하고, 10억원 이상을 공매도한 경우 감독당국에 별도로 보고도 해야 한다. 또 거래소와 증권회사가 결제 불이행을 상시 점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의적인 무차입공매도를 자행하기는 어렵다.

언제든지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또 빌리는 것이 절차상 번거로운 외국인은 프라임브로커와 파생계약을 통하여 언제든 공매도 전략을 취할 수 있으므로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무차입공매도를 할 유인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간 발생한 외국인 무차입공매도는 합병신주나 유상신주 잔고관리 착오, 대차시스템 입력 착오 등 단순한 착오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착오로 발생한 무차입공매도에 대해 감시와 조사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초래하는 공매도와 연계된 부정거래 등 중대범죄를 집중 감시·조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매도 후 허위 소문이나 정보를 퍼뜨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수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행위, 애널리스트와 짜고 부정적인 리서치보고서를 발표하여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수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행위, 업틱룰 예외조항을 악용하여 부당하게 호가를 낮추는 약탈적 공매도 행위 등 공매도와 연계된 다양한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혐의를 엄중 단속할 필요가 있다.

과거 2004~2006년 크레디트스위스(홍콩)는 교보증권과 공모하여 12개 코스닥회사에 접근하여 1010억원의 CB를 발행하면서 먼저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빌리기로 이면약정하고, 빌린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고 나중에 전환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되갚은 방식으로 236억원의 엄청난 부당이득을 얻었다.

코스닥 상장회사는 외자 유치로 포장하여 CB 발행을 공시하고, 투자자들은 호재로 인식하여 매수에 가담하여 주가가 상승하면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면약정으로 빌린 주식을 매도하여 부당이득을 챙겼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조사하여 검찰에 이첩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아쉽게 사기적 부정거래를 적용하지 못하고 공모발행 위장, CB발행 결정사실 공시 시 대차계약 누락, 주식대량보유보고 누락 등 공시위반으로 조치하였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에는 감독당국의 조사 권한의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권이 부여되어 강력히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또 종전 증권거래법과 달리 자본시장법은 부정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불공정거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부정거래 규정을 적용해서 강력히 조치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대주주 주식담보대출·투자 전문회사인 미국계 EqutiesFirst사의 거래구조에 대해 변칙 공매도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회사 대주주와 환매조건부계약 형식으로 자금을 공여하고 담보로 잡은 주식(소유권을 이전받는 구조)을 증권시장에서 매도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나중에 다시 되사서 주식을 반환하고 대출금 및 이자를 받는다. 이 회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매매차익을 도모하고 대출이자도 챙기는 특수한 금융업을 여러 나라에서 하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고평가되었다고 분석하고 주식을 빌려 절차에 따라 공매도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고 정상적인 매매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거래가 공매도에 해당하는지 법적으로 엄밀히 따져볼 문제다. 또 대주주와 거래이니만큼 내부정보가 흘러갈 가능성도 크다. 만약 공매도에 해당함에도 호가를 마음대로 낮춰 낼 수 있는 일반매도 주문을 냈다면 불법 공매도에 해당되고, 이는 무차입공매도하고는 차원이 다른 부정거래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참고로 공매도는 본질적으로 주가 하락으로 이득을 보는 거래 행위로, 여러 계약관계를 고려하여 순보유잔고(보유총잔고-차입총잔고)가 마이너스(-)가 되는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방식으로 공매도가 이루어진다.

만약, 100만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10만주를 빌려와 이를 매도하는 경우 공매도에 해당되지 않는다[보유총잔고 110만주 – 차입총잔고 10만주 = 순보유잔고 100만주, 10만주 매도하면 순보유잔고는 (+)90만주, 그래서 공매도가 아님]. 이 대주주는 주가가 하락하면 보유주식에 평가손실이 발생하여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다.

10만주를 보유한 투자자가 100만주를 빌려와 이를 매도하는 경우 공매도에 해당된다[보유총잔고 110만주 – 차입총잔고 100만주 = 순보유잔고 10만주, 100만주를 매도하면 순보유잔고는 (-)90만주, 그래서 공매도임]. 이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하여 주식을 되사서 갚으면 이득을 보게 되는 경우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개인의 공매도 접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대주풀(pool)의 확대, 담보비율의 현실화, 이용기간의 확대 등 여러 여건이 개선되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 외국인에 대해 대차기간, 담보비율 등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자율화된 영역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라는 시대 역행적인 요구로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벗어난 과도한 주장이다.

가끔 무차입공매도를 원천 봉쇄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매도 주문을 내기 전에 빌린 주식을 보관은행에 입고해야 하고 주문 시 거래증권사가 주식 잔고를 체크할 수 있도록 보관은행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제도적으로도 비현실적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배치된다.

증권시장은 어차피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덩치가 크고 작은 사람들이 뒤엉켜 돈 벌려고 싸우는 줄다리기 게임이다.

대출을 받는 것도 개인과 기관이 신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 규모나 금리가 다르다. 매수주문을 낼 때 개인은 증거금이 40% 이상 있어야 하고 매도주문을 낼 때는 주식이 전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기관은 증거금 면제기관으로 돈이 없어도 매수할 수 있고(결제일에 대금을 결제하면 된다), 주식이 없어도 매도할 수 있어(결제일에 주식을 결제하면 된다) 개인하고는 다르다.

공매도도 자금력이 높은 국내기관과 외국인 기관은 쉽게 주식을 빌릴 수 있다. 공매도하는 외국인 기관은 주로 글로벌 대형 IB들로 우리나라 대형 증권회사보다 수십 배 큰 증권회사다. 그들은 글로벌 보관은행을 통하거나 국내 증권회사를 통해 자유롭게 주식을 빌릴 수 있다.

물론 주식이나 채권, 현금을 담보로 맡긴다. 대여자가 회수 요청(리콜)하면 언제라도 상환해야 한다. 그들 나름대로 국제표준계약에 의거 계약을 맺고 주식을 빌리고 빌려준다. 이를 규제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개인투자자와 정치권까지 공매도 이슈에 뛰어들고 일부 언론은 무책임하고 때로는 왜곡된 보도를 쏟아내고 있어 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의 차분한 대응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놔도 만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공매도 관련 규제와 감독체계는 어느 선진국보다 촘촘하고 엄격하고 우수하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 기회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이제 규제감독당국은 그간의 우여곡절을 교훈 삼아 흔들림 없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본연의 규제감독 임무를 수행하길 바란다.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날로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3대 중대 불공정거래와 핫이슈가 되고 있는 공매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에 감독·조사역량을 집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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