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어떤 위법행위가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는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거래), 부정거래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이른바 ‘3대 중대 불법행위’야말로 증권시장의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세조종(market manipulation)은 투자자들을 오도하기 위해 여러 계좌를 동원하여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위로, 공정한 시세 형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불법행위이다. 소위 작전세력이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이 가세하여 주가가 더 오르면 주식을 팔아치워 부당이득을 얻는 불법행위다. 2006년 1주당 1000원 정도 하던 주식이 6개월 후 5만원 정도까지 약 46배나 급등한 악명높은 ‘루보사태’가 전형적인 케이스다.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는 임원 등 내부자가 투자자에게 공개되기 전에 회사의 중요정보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불법행위다. 이는 내부정보를 알지 못하는 선의의 투자자들을 속이는 대표적인 불공정한 불법행위다. 대규모 기술 수출계약 체결 시 또 계약 해지 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한미약품 주식 내부자거래 사건이 언론에 크게 회자된 바 있다.
다음으로 부정거래(securities fraud)인데 이는 다양한 수법이 이용된다. 예를 들어 재무제표를 조작하고(회계분식) 이를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실제 사업을 추진할 의도나 계획도 없으면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허위공시를 내고 투자자들이 이를 믿고 매수에 가담하여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행위 등 모두 투자자를 속이는 사기거래로 증권시장의 중대 범죄행위다. 희대의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사기 사건’과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의 장외주식 사기거래 사건’이 기억에 남는 부정거래 행위이다.
이러한 3대 중대 불법행위는 거래에 참여하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치는 공공의 적인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징역형(1년 이상) 또는 벌금형(부당이득의 3~5배) 등 무거운 형사벌칙이 적용되는 중대 범죄행위이며,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뒤따른다.
그러면 무차입 공매도는 얼마나 중대한 위법행위일까?
자본시장법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투기적 거래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결제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증권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규에서 ‘무차입’이나 ‘차입’이냐를 따질 때는 공매도 주문 이전에 주식을 빌리기로 약정하였느냐, 즉 대차계약을 체결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빌린 주식이 거래계좌에 입고되어 있는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대차계약을 맺었으면 실제 본인의 계좌(보관은행)에 빌린 주권이 입고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합법적인 차입 공매도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은 대체로 규약상 증권회사 계좌에 주식을 보관하지 않고 주로 은행에 보관한다. 공매도 후 결제일에 증권예탁결제원에 있는 외국인의 보관은행 예탁자계좌부에서 거래 증권회사 예탁자계좌부로 이체되어 결제가 이루어진다.
참고로 개인투자자는 증거금 면제기관이 아니어서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계약을 맺고 실제로 주식이 증권회사 계좌에 입고되어 있어야 주문이 나갈 수 있다.
만약 대차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공매도 주문을 내면 무차입 공매도가 되는 것이다. 설령 공매도 주문 이후 대차계약을 통해 주식을 빌려와서 결제를 이행하더라도 무차입 공매도가 된다. 만약 결제가 잘 완료되면 이러한 무차입 공매도는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무차입 공매도가 위법이기는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3대 중대범죄 행위와는 엄연히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간 법에서도 형사벌칙 대상이 아니라 보다 가벼운 과태료(행정질서벌) 부과 대상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가 자주 발생하고 주가 하락에 따른 공매도 여론이 악화되면서 2021년 법이 개정되어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고 나아가 다른 중대 범죄행위와 같이 형사벌칙(징역형과 벌금)을 적용하게 되었다.
무차입 공매도가 결제 불이행 위험으로 증권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큰 위법행위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자체로 중대 위법행위인 사기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공매도가 중대범죄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부정거래와 연계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외국인이 A종목을 대량으로 공매도한 후 온라인을 활용하여 허위의 자료나 소문을 퍼뜨리거나, 애널리스트와 짜고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리포트를 발표하도록 하여 주가를 떨어뜨린 후 저가로 주식을 매수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면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부정거래의 하나의 유형이지 공매도 절차를 준수했다면 공매도 위법행위는 아니다.
또 부당이득을 얻으려고 고의적, 반복적으로 행하는 무차입 공매도, 업틱룰(uptick rule)을 피하기 위한 공매도임에도 일반 매도주문으로 위장하여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약탈적 주문을 내는 행위 등도 부정거래로 처벌될 수 있다. 이는 불법 공매도 행위임과 동시에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 유형이다.
개별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공시가 나오기 전에 공매도가 급증하여 공매도 세력이 사전에 내부정보를 알고 이용한 혐의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곤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 또한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에 해당하여 중대범죄가 되는 것이다. 공매도는 수단에 불과하며 미공개정보 이용이 사건의 본질인 것이다.
이처럼 공매도가 부정한 기법과 연계된 경우 중대범죄가 되는 것이지 공매도 그 자체의 위반은 3대 중대범죄보다는 등급이 낮은 위법행위에 불과하다.
그러면 그간의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는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느 정도 중대한 위법행위였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는 잔고관리 소홀 등 내부통제 미흡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10년간 무차입 공매도 제재사례 중 90% 이상이 착오 등에 기인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고의적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부정거래와 연계된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2020.12.9. 금융위 보도자료 참고)
일례로, 2018년 5월 30일~31일 이틀간 골드만삭스 영국 현지법인은 96개 종목(401억원)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 발생으로2018년 11월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공매도 주문 화면에서 ‘온라인 협상’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내역을 입력하고 대여기관(보관기관)에 차입을 요청할 의도였으나, 실제로는 ‘차입결과 수동입력’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내역을 잘못 입력하였다. 즉, 온라인·오프라인 주식 차입 업무처리 착오로 발생한 사건이었다.
화면 입력 실수나 잔고관리 소홀 등 발생 원인을 불문하고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여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사상 최대의 과태료 부과 조치가 취해졌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가 대규모로 발생하여 비난의 소지가 크다고 하지만 과태료로는 아마도 국내 사상 최대금액이어서 과태료 부과금액이 과연 타당한 수준인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한편 원래 공매도 전략을 취하는 투자세력이 아닌 외국 연기금 B사는 잔고관리 착오로 10회에 걸쳐 총 1300만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하여 2020년 9월 공매도 금액의 약 27배인 3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융감독당국도 미미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는, 실수로 발생한 외국 연기금의 소액 무차입 공매도에 대하여 엄청난 과태료 부과가 타당한지 의문이 간다. 더 중대한 처벌인 과징금 부과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공매도 주문금액을 한도로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과도한 조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무차입 공매도로 조치를 받게 되는 외국 투자자들은 고의적인 위반이 아닌 잔고관리 착오, 실수 등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하여 가벼운 조치가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감독당국은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가 자주 발생하고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나아가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을 감안해 징벌적 수준의 무거운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제는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므로 중대한 공매도 위반에 대하여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과태료 규정도 삭제되어 아주 경미한 경우에도 보다 중한 처벌인 과징금 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무차입 공매도 위법행위가 고발되어 기소될 경우 사법부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조치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위반의 정도를 고려하여 경미한 사안은 경미하게 조치하고, 중대한 경우에는 강력히 제재조치를 취해야 공정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될 것이다.
공매도와 관련하여 중대한 위반을 한 자에 대하여 법상 제재조치 이외에도 일정기간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없도록 공매도를 제한하는 조치 등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하겠다. (3편에서 계속됨)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