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원호 국방신문 논설위원·법학박사·국민대 겸임교수.
류원호 국방신문 논설위원·법학박사·국민대 겸임교수.

분단 이후 우리나라는 수많은 북한의 무력군사도발을 받아왔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70여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유대한민국의 수호와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은 헌법 제39조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에 근거해 젊은이들이 병역의 의무를 통해 국토방위에 헌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켜내며 영토의 침략과 체제전복을 꾀하려는 세력으로부터 국민과 영토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넓은 의미로는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야 실현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수많은 외침과 국권 침탈, 분단의 과정을 겪은 아픈 역사가 있음에도 흐트러진 안보의식이 만연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장 한심스러운 것은 병역 면탈 목적으로 브로커를 통해 수천만원을 주고 정신질환 등의 사유로 신체검사 판정급수를 조정하는 병역기피자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나 고위공직자 자녀 및 법조계 자녀 등 소위 권력과 돈이 있는 계층이라는 것에 청년들은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유전면제, 무전군필’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성인이 되면 법에 따라 병역의 의무가 있다. 병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체검사의 병역판정 결과 1급에서 3급은 현역입대 대상이다. 병역판정 4급은 보충역이며, 5급은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역으로 복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6급 병역면제 처분, 7급(치유 필요)은 재검사판정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대체복무도 있다.

그러나 저출산 영향 등으로 현역입영 대상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시대에 급수를 정해서 현역입영 대상을 제한시키는 제도는 현실에 안 맞는다. 모든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신체등급에 따라 예를 들어 ‘전투가 가능한 등급’, ‘전투근무 지원이 가능한 등급’, ‘일반적 현역복무가 가능한 등급’으로 구분해서 현역입영 자원을 확보하는 제도의 변환이 바람직할 것이다.

2021년 2월 개정된 병역 신체등급 판정 기준을 보면 신장 기준으로 140cm 이하는 모두 6급, 146cm 이하는 5급, 158cm 미만은 4급 등으로 판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장이 작다고 해서 신체가 건강하지 못할 이유는 절대 없으며, 이러한 기준을 정한 것 자체가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반하는 것이다.

신체등급이 낮아도 운전병 등 다양한 비전투분야에서 복무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전투병 위주 판정 기준은 현실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의 과감한 개정이 필요하다.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도록 국가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내세우고 있으나 병역의 의무에는 차별을 두고 있다. 일부 신체적 장애인도 비전투분야에 복무가 충분히 가능하며, 병사 봉급 200만원 시대에서는 장애인 중에서도 현역복무를 희망하게 된다면 복무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30·본명 김석진)이 군에 입대해 화생방 훈련을 마친 뒤 얼굴을 물로 씻어내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30·본명 김석진)이 군에 입대해 화생방 훈련을 마친 뒤 얼굴을 물로 씻어내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제공)

입영연령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병역 특례 문제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미국에서 빌보드차트 1위를 장기간 차지하는 등 경제적 효과 등 공로가 있다며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높았으나 병역법 개정이 늦어지자 순차적으로 입대하기 시작했다.

국위선양 등 기여는 사실이나 다른 형태의 예술인들과 형평성과 병력자원 감소가 병역특례 적용 불발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BTS의 병역 특례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서 대중문화예술인 대체복무 등 병역특례로만 한정해 검토했을 뿐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쉽다.

대중문화예술인 입영연기 제도를 만들어 30세까지 입영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임시방편보다는 국위선양에 큰 공로가 인정되고, 또 세계적인 국위선양 기회가 남아있다고 판단되면 40세까지라도 입영을 연기해주는 방안도 있다.

국위선양과 국가경제에 더 기여할 기회를 준 뒤 늦게라도 ‘전투근무 지원’이 가능한 병역 자원으로 분류해 현역입대 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입영연령이라는 나이에 한정된 입영판정 기준만 갖고 검토하고 있으니 발전이 없는 것이다.

또 헌법 제79조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라며 사면권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이 있듯 병역법에도 대중문화예술인 등 특정 계층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누구나 국위선양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현저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대통령은 병역특례를 줄 수 있다” 등으로 병역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형평성이 어긋나게 마구잡이식 병역 혜택을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병역기피자는 끝까지 추적해 징집 연령에 관계없이 현역으로 입대하도록 해야 마땅하고 입영 면제 연령을 만38세가 아니라 50세 이상으로라도 늘려서 현역으로 복무하도록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병역기피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한 사람들에 대해 공소시효가 정지돼 입영연령이 지나서 귀국해 처벌받고 있는데, 이들은 처벌 이후에도 꼭 현역으로 입대시켜야 한다. 이들에게는 입영연령도 늦춰야 하지만 복무기간도 정상입대(18개월)와 다르게 늘려 도피 기간에 따라 차등해서 복무시켜야 정상적 군필자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출산율 저하로 점점 더해가는 병력자원 감소에 대해 정부,특히 국방부가 대비는 하고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리 첨단무기를 통해 전쟁을 준비한다 해도 필수병력은 필요하다.

초급간부 정원도 지원자가 부족해 채워지지 않는 것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여성에 대한 자원입대와 민간인력 비전투원 활용 등 다양한 대비책을 검토해 병역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류원호 논설위원 약력> 

-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 이사
- 한국정보기술전략혁신학회 전문위원
- 디지털혁신과미래포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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